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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그녀의 가족에게 커밍아웃 Σ(゚∀゚*)

by cielosereno 2020. 6. 23.

그녀의 부모님께 보고 겸 허락을 받으러 갔다 오겠다는 글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무사히(?) 커밍아웃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녀와 함께 귀국해서 오랜만에 데이트하느라고 글이 늦어졌네요(^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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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8월 9일 새벽,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벨소리에 잠이 깨서 서둘러 준비를 하고 인천공항으로 출발~!!!

원거리 커플이기에 그녀를 만나러 갈 때면 언제나 기쁘고 살짝 약을 먹은 것처럼 기분이 알딸딸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꿈과 희망이 넘치는 공간으로 쑥~ 하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점점 좁아지는 암흑 속으로 걱정과 불안함을 한가득 안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이 몹쓸 분위기...


 


게다가,

 



여권번호에 이상한 문자가 하나 들어갔다는 이유로  면세품도 못 받아서 기분이 더욱 다운↓
(그것도 다른 건 다 받았는데 언니가 부탁한 상품만 못 받...ㅠ_ㅠ)

 


아무튼,

남국 미야자키 공항

 




1시간 30분 후, 미야자키 국제공항에 도착!

며칠 전부터 일 때문에 마중 나오지 못한다고 그녀가 말했기에, 기차를 타려고 역 승강장으로 서둘러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톡톡 쳐서 뒤돌아보니 그녀가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지 뭡니까!!

 

 


긴장이 쫙 풀리면서 그녀의 깜찍한 서프라이즈에 커밍아웃이고 뭐고 다 잊고(-_-?) 우선 반년만의 재회를 차 안에서 만끽(...! 손만 잡았습니다. 한 달 후면 사귄 지 6년이 되는데 아직도 손만 잡아도 좋습니다ㅋㅋ)하고 미야자키 시내로 가서 대낮부터 술 한잔 하고 룰루랄라...(-ㅂ-;;;

 

 

 

 

 

 

 

그리고 몇 시간 후에 그녀의 집에 도착하니 저녁 메뉴는 오코노미야키라며 식구들 모두 한창 준비 중이더군요. 집에 도착하기 전, 차 안에서 이번 일에 대해 언제 말씀드릴까 그녀와 상의했는데, 어차피 아버님이나 어머니께서 오랜만에 만났으니 근황을 물으실 거 같다고 예상하고 저녁 식사하면서 말씀드리기로 계획을 짰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동생, 동생 남편, 그녀와 저 이렇게 6명이서 저녁식사 스타트...!
(동생은 얼마 전에 결혼...)
.

.

.


모두 배가 너무 고팠나요?
... 별다른 대화가 없습니다.

 



제가 너무 자주 갔나요?
... 오늘따라 근황도 안 물어보십니다 Σ(゚∀゚*)

 


시간이 흐르면 흘러 갈수록 그녀와 저의 긴장도는 높아져만 갔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운을 띄었습니다.

 

 


cielo
저..
가족들에게 보고 겸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정말 단 1초의 여유도 없이...)

 


아버님
두 분, 결혼하십니까?




(゜Д゜;≡;゜Д゜) 엣?!



그때 마침 집 전화벨이 울려서 그녀는 전화를 받으러 퇴장;;

 

 

사실 "두 분 결혼하십니까?"라는 아버님의 돌발 질문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이... 가족 중 누구 하나 놀라지도 동요하지도 않아서 반대로 저만 충격에 빠졌더랬죠.
게다가 동생의 남편도 너무 자연스럽게 얘기를 듣고 있어서 더 깜놀.

 



 

 

 


혼자 남겨진 저는,

 


cielo
아... 아니, 그건 아니고요.
제가 일본에서 일을 하게 돼서 미야자키는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짝짝짝짝~

 



.... 읭?!
축한 한다는 말과 함께 왠지 모를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 ̄;)
대략 난감.

 


통화를 끝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그녀가,

 



sereno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에도 아버님이 속공으로,

 

 



아버님
일 그만두시고 따라가십니까?

sereno
...네...(;゚Д゚)

 

 


(-_-;) 예지 능력이 탁월하신 성질 급한 아버님,
드라마 각본 다 써놨는데 우리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저번에 성질 급한 그녀에 대해 짤막하게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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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성질 급한 걸로 따지만 그녀가 아니라 아버님이 지구 최강, 아니... 우주 최강이십니다!!°・(ノ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 중 하나를 예를 들어보자면,


가족들과 저녁시간에 바베큐 파티를 예정하고 있는 날이면 새벽 6시부터 준비하고 계십니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입니다.
대충 상상이 가시죠?

 

 

 


타프 치고, 의자 준비하고, 바베큐 그릴 준비하고,
그리고는 불이 잘 붙나 숯불에 불을 붙여 봅니다.

 



이때부터 이미 혼자만의 바베큐 파티 시작(-ㅂ-;)

 



잘 구워지나 시험해 봐야 한다며

간단하게 꼬치류를 구워봅니다.

 

물론 잘 구워집니다.

안구워질 리가 없습니다.


구워진 꼬치를 먹어봅니다.
맛있습니다.

 

맛있으니 맥주가 땡깁니다.
혼자 아침부터 맥주 드십니다.

 

한잔 마시니 아쉽습니다.
다시 한잔 드십니다.

 

안주가 없습니다.
고기 굽습니다.

 

술 마시고 고기 먹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한잔 더 드십니다.

 


가족들은 아직 10시간 이상 남았는데 벌써부터 그러고 있냐고
참 성질도 급하다고 하면,

 

 

아버님은 열 받습니다.
홧김에 보란 듯이 술을 더 드십니다.

 

슬슬 말벗도 없고 무료해집니다.
왜 다들 안 오냐며 보채기 시작합니다. (아직 오전-_-;;)

 


동네 아저씨들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합니다.
아저씨들의 바베큐 파티가 시작됩니다.  
부어라 마셔라 신났습니다(...)

 


드디어 바베큐 파티가 예정된 저녁 시간이 되면
아버님은 체력 고갈로 들어가서 주무십니다.
(-_-;;)

 

 

 


이상, 성질 급한 아버님의 일상이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아버님이 다~ 알아서 말씀해 주시는 바람에

 

 

"따님을 주십시오!"

 

 

이런 말 따윈 꺼내지도 못했을뿐더러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깔끔하게 상황 종료!! ̄∀ ̄*)

 

 

 

 

 

 


근데 여기서 갑자기 동생이 한마디 던집니다.

 


동생
근데~~~
카브는 어떻게 할 거야?

 

 



╬゚Д゚)
가족들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아까 전에 결혼하냐는 아버님의 말씀에도 무반응이었던 가족들이
데려가라, 데려가지 마라, 난리도 아닙니다.

 


안 그래도 다시 같이 살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저는 카브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티격태격 의견 충돌이 한창이었거든요.

 



sereno
나는 데리고 가고 싶은데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 

cielo가 결사반대해요. ヽ(*`Д´) ノ

 


cielo
(헉... 가족들 앞에서 너 그러기냐!!!)
아직 의견 조율 중입니다(....)

 


동생은 데려가라고 성화고, 아버님은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카브는 집에 두고 가라고 하시고, 어머님은 카브의 안티팬이기에 조용히 저만 응시하고 계시고, 동생 남편은 발언권이 없는 관계로 그냥 조용히 술 마시고 있고...

 


우리가 커플인 건 아무럼 괜찮고 카브가 오늘의 쟁점이 될 줄이야...┓( ̄∇ ̄;)┏

 

 

 


계속 카브 얘기만 하다가 아버님이 근처 단골 술집에 같이 가자고 해서 그녀와 저는 아버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아버님께서 부모는 언젠가는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경험을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힘내고 언제든 힘들면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말씀은 안 하셔도 지금 이 상황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착잡하고 복잡하시겠죠...

 

 


술을 얼큰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녀와의 러블리한 밤(?)을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하루 일과 끝!

 

그러고 보니 제가 그녀의 집에 갈 때면 언제나 제 이불을 따로 내어주셨는데 이젠 따로 이불도 안 내어주십니다...ㅎㅎ

 

 

 

 

 



다음날,
정말 질리도록 자주 갔던 벳부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습니다.
이제 자주 못 오게 될 테니까...

 

 

 

 

 

 

 

 

 

sereno
근데, 챠기~

우리 아빠는 왜...

대신 커밍아웃해주는 거야?( ̄∇ ̄;)

의미불명...

 

 

 

 

cielo

그건...

너보다 더 성질 급하셔서... ̄∀ ̄*)

 

 

 

 

 

 

 

기록 : 이 글은 2013년 8월 29일 20시 21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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