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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우리 가족은 나에게 동성 애인이 있는 것을 과연 알까?

by cielosereno 2020. 6. 29.

"우리 가족은 나에게 동성 연인이 있는 것을 과연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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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 썼지만, 그녀의 가족에게는 어찌하다 제가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는데, 저희 가족에게는 공직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녀와 사귄 지 13년이나 되었고, 일본에서 파트너십까지 맺은 사이인데, 이제는 슬슬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만, 용기가 없는 것인지 불편함이 없어서인지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습니다.

 

 

친구도 알고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사람도 알고 있는데,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있다고나 할까요? 가족들의 반응을 떠나 제 스스로에 대해서 약간 복잡한 마음이 있긴 합니다.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면,

 

 

 

둘째 언니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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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언니는 LGBT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없는 사람인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사귀게 되었을 때 직접 얘기해서 그녀와 저의 사이를 알고 있습니다.

 

 

 

cielo

언니,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 근데 여자야. 

 

둘째 언니

응,

몇 살? 어디 사는데?

 

 

나보다 4살 어리고

일본 사람이고 미야자키에 살아.

 

 

헐...

또 원거리 연애?

힘들지 않냐? 괜찮겠어?

 

 

 

... 이렇게 동성인 게 문제가 아니고, 언니에게는 자주 만날 수 없는 '원거리 연애'가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

 

 

어렸을 때부터 둘째 언니를 따르고 좋아했고, 항상 나를 지켜주는 존재였고, 우리는 항상 많은 것을 공유하는 자매였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숨김없이 얘기를 했죠. 그리고 반응은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둘째 언니가 집에 놀러 와도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도 되니, 그녀와 저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언니가 항상 하는 말,

 

 

 

sereno한테 잘해.

저렇게 착한 애가 어딨냐!

 

 

알고 있지~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알면 됐어.

 

 

 

 

 

 

그럼 첫째 언니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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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미묘합니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모르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힙니다.

왜냐하면, 출장 등으로 한국에 갈 때 가끔 첫째 언니네 집에 묵을 때가 있는데, 이런 대화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첫째 언니

우리 막내, 결혼 안 해?

이제 나이도 있고 괜찮은 사람 없어?

 

형부

친구랑 계속 같이 살면 결혼 못한다~

내가 소개해줘?

 

cielo

나야 워커홀릭이지~

일이 바빠서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어.

... 삐질ㆀ

 

 

막내도 이제 일에 열정을 불태우면

안 되는 나이인데...

대단해. (애처로운 눈빛) 

 

 

끄응... 딴짓(^_^;

○○야~ 우리 토깽이 같은 이쁜 조카~

쪽쪽쪽~

 

 

이쁘지?

너무 얼른 결혼해서 평생 친구 만들어.

 

 

 

딸~ 평생 친구♥

너무 멋진 거 같아~!

 

 

 

(감동 그만하시고...)

언젠간 첫째 언니한테 "알고 있었지? sereno가 내 연인이라는 거"라고 용기 내어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의외로 쿨하게 "좋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대답해 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첫째 언니는 '남자'라고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형부도 '친구랑 계속 같이 살면'이라고 했으니...

 

이것은... 이것은!!!

결혼의 대상을 누구도 '남자'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제 마음대로 '남자'일 거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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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구나...(-_-;)

자연스럽게 평생 친구를 못 만드는구나... 껄껄껄.

희망적인 망상이 심했네요.

 

 

 

 

 

 

 

그럼 엄마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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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랑 대화할 때 의도적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최근 엄마와의 통화 중에 그녀와 저의 사이를 엄마는 알고 있다고 확신이 선 적이 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안부를 묻는 전화,

 

 

cielo

(마음에도 없지만 괜히)

엄마, 요즘 일본 경제상황도 안 좋고

나 한국 갈까?

 

엄마

오지 마, 오자 마.

sereno는 어떻게 하고?

 

 

sereno...?!

음... sereno는 미야자키로 안 돌아갈 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 문제 생기면 한국에 가야 되잖아~

 

 

오는 건 상관없는데,

그땐 sereno도 데리고 와야지.

 

 

근데 sereno는 한국말도 못 하고

한국에 가면 뭐하고 지내지?

 

 

어학당에 다닌 후에 어떻게든 해야지.

아니면 엄마랑 같이 있던가.

호호호.

 

sereno를 데려오면

엄마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야겠다.

 

 

엄마, sereno가 한국에 있으려면

비자받아야 되니 일을 해야 돼...

 

 

아, 그래? ( ๐_๐) 시무룩...

아무튼 웬만하면 거기에 있고,

한국 올 거면 sereno 데리고 와.

 

 

 

 

이런 통화를 했는데, 아시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냥 저만의 착각일까요? (^_^a)

 

 

 

제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이런 반응을 보일 것 같습니다.

 

 

"넌, 언제나 네 마음대로 하고 살았잖아"

"언제는 엄마한테 물어보고 뭐 했니?"

"책임질 수 있으면 알아서 해"

 

...라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언제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ㅋ 

 

 

 

 

언젠가 가족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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