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이를 원하는 것일까?

처음부터 그녀와 저의 인생 계획에서 아이가 있는 가정생활을 꿈꿔본 적이 없습니다.

동성 커플에 또 국제 커플이다 보니 어느 한쪽 나라에서 누구 한 명의 혈연으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애 초반부터 아이는 갖지 않는다고 이미 합의를 본 상태이기도 하고요.

 

 

지금이야 조카가 태어난 후로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좋아졌지만, 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도 어린이는 말도 안 통하고 성가시고 다루기 힘든 존재라는 인식이 강해서 누가 물어보면 "아이는 싫어합니다!"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도 아이를 갖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사촌언니들이 집에 아이들을 데려왔을 때도, 흔히 하는 에어 총놀이를 하면 첫째 언니와 둘째 언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총에 맞고 죽는시늉을 한다던가, 총격전을 벌이는 등 잘 놀아주곤 했는데, 저는 그게 그렇게 싫고 어색하고, 왜 저러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꼬맹이들이 저에게 총을 빵야~하고 쏘면, 저는 정색을 하며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정신 사나우니까 밖에 나가서 놀아!Ψ(` ◇ ´)Ψ"라고  겁 팍팍 주고 울려 돌려보내는 그런 성격이었으니까요... (못났다, 못났어!) 

 

 

 

 

아무튼,

 

 

 

그렇게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전제하에 살아왔지만, 십수 년이 흐른 지금, 그녀도 나이가 들어서 인지, 요즘 들어 부쩍 아이들을 보면 너무 좋아하거나 "아기 냄새를 맡고 싶다"라던가, 아는 사람이 결혼해서 아기를 낳으면 "돌봐주러 가고 싶다" 등의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혹시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닐까, 파트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저녁을 먹으면서 우연찮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음식 사진 찍어서 어디에 보내?

 

 

전 회사 동료 R상과

서로 오늘은 뭐 만들었는지 정보 교환~

 

 

아, 그래?

 

 

챠기, R상의 저녁 밥상인데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회사도 다니면서 어떻게 매일 저렇게 만들 수 있지?

너무 신기한 거 같아.

 

 

역시 아이가 있으면 하게 되는 걸까?

제대로 먹이고 보살필 책임이 있으니까...

 

 

아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자기는 아이 가지고 싶지 않아?

 

 

음...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데?

내가 낳아야 하는 전제로?

 

 

응. 당연하지.￣∀￣*）

 

 

 

 

 

아...(ﾉ_･｡)

사실 100%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 이겠지만, 아픈 건 싫기도 하고 자신도 없고.

 

 

요즘 부쩍 아이들을 보면 좋아하길래...

혹시 내가 낳으면? 그래도 싫어?

 

 

어떻게?

 

 

그거야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방법을 강구해야지.

 

 

음...

 

 

생각이 있긴 한 거야?

 

 

챠기,

난 챠기가 중요하지 아이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챠기는 고령이라 아이를 낳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Σ/（￣□￣）/

 

 

챠기 없이 아이랑 나랑 둘이 살면

의미가 없잖아요.(TㅂT)

 

 

저... 죽는 겁니까? ╬ ﾟ Д ﾟ )

저 죽는 거냐고요!!!

 

 

챠기는 튼튼한 편도 아니고

100% 죽는다고 봐요...┓(￣∇￣;)┏

 

 

ㅋㅋㅋ
와... 새 생명의 탄생을 논하기 이전에
내가 죽는 얘기...ㆀ

 

 

ㅎㅎㅎ

 

 

뭐지, 이 복잡한 마음은!

그럼 다시 되돌아가서, 자기가 낳는 건?

 

 

나도 챠기보다 조금 어리지만,

고령 출산이 될 텐데요?

 

 

그러네...
(바로 수긍)

 

 

난 그냥...

챠기랑 둘이 있는 시간이 좋고,

아이는 가끔 보는 것으로 만족해요.

조카들 봐도 되는 거니까~

 

 

심경의 변화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지금처럼 둘이 재밌게 살자.

 

 

 

그래서 그녀와 저는 변함없이 둘이 알콩달콩 살아가기로 했습니다...ㆀ

 

 

나이만 실감하는 대화가 되어 버렸지만, 내심 걱정했던 부분이 해소되었다고 해야 하나? 죽는 얘기가 나온 이상, 앞으로는 아이(출산?)에 대한 대화는 아마 없겠지요. 그런데... 뭐죠? 이 복잡한 마음은!! (-0-;)

 

자기야, 우리 보험 얘기하자.

 

 

(* ´∀ ` *) 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