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가 넘었네요.
언제나 이 시간쯤이면 침대 속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낼 그런 시간이지만, 오늘은 그녀가 배가 아프다며 먼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전 잠이 안 와서 그녀가 퇴근하면서 사온 맥주 혼자 드링킹 하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그녀가 술을 못 마셔인지 한국에 있을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술 마시는 양과 횟수가 현격히 줄어서 술로 가득 채워진 뱃살이 점점 빠지고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술도 같이 마셔야 재밌는데, 그녀는 여전히 3년이 지나도 주량이 늘지 않네요. 아니, 주량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이 술을 마시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심심하고 외로워요.( ̄^ ̄)
마블링이 아름답게 수 놓인 고기나 싱싱한 횟감을 보면 딱 생각나는 게 '술'인데, 그런 감각은 그녀에게 없나 봅니다. 술을 즐기는 저로서는 당최 이해가 안 되는 사상 그 자체.
(지금 혼자라도 술 마셔서 행복하단 얘기;;┓( ̄∇ ̄;)┏)
오늘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그녀가 살짝 잠에 빠졌을 때, 제가 열 받는 일이 있어서 한국의 한 업체에 항의 전화를 했더랬죠. 처음에 차근차근 잘 말하다가 그쪽에서 제 말을 못 알아듣고 자꾸 딴 얘기를 하길래 더욱 열 받아서 따박따박 격양된 목소리를 통화를 했는데, 끊고 나니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다녀온 그녀가 거실 귀퉁이에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경직되어 있더라고요.
그녀가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아직 화가 풀리진 않았지만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니, 그녀 한마디 합니다.
스윽... |д・´)!!
저 지금 '한냐의 가면'을 순간 봤어요.
한냐의 가면이 뭔데?
자... 잠깐만요.
아이폰으로 뚝딱뚝딱 검색을 하더니 보여주는 사진 한 장...
챠기 쫌 아까 이랬어...(´・ω・`)
쳇, 그럴 리가 없어!
아니야!!! Ψ(`◇´)Ψ
정말 이랬다니까~
한냐의 가면에 웃지 않는 버전이었다고요.
맨날 나한테 장난치고 애교 떨고 그러는데 챠기가 어른이란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어요.
챠기를 열 받게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_。
순간 폭소...ㅎㅎ
사실 진짜 열 받았을 때 표정을 제가 잘 알거든요.
(그렇다고 위 사진처럼 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만...;)
게다가 웃지 않는 버전이라니 정말 표정이 예술이었나 봅니다(...)
아니라고 극구 부인을 해봤지만, 아직도 눈에 분노와 독기가 서려있다나 뭐라나...( ̄∩ ̄#
복종할게요... 한냐... ヽ(´ー`) ノ
이그이그~ (퍽~)
대략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내일부터 한냐라는 끔찍한 별명이 붙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드네요.
현재 시간 1시 24분, 2캔째 달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그녀와 저는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을 정도로 의견 일치, 서로 배려하며 3년 7월을 지냈습니다. 근데, 일본에 온 셋째 날 서로 욱한 적이 있었어요.
다름 아닌 두부 사건!!!
된장국을 만드려고 사온 두부.
제가 아침에 5시에 된장국을 만들고 남은 두부를 냉장고에 보관했더랬죠. 랩을 씌워서 보관하고 싶었지만, 그땐 생활필수품이 전무인 상태였기 때문에 랩이 없어서 그냥 용기에 물을 채워 두부를 넣어두었습니다.
그녀는 아침을 먹고 출근을 했고, 퇴근 후에 물어봤죠.
자기, 랩이 없네.
있어요~ 챠기 오기 전에 사놨지~
오홋, 그뤠?
그리고 잠시 후에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눈으로 빔을 쏘면서 버럭 화를 냅니다.
이거(두부) 그냥 이렇게 냉장고에 넣은 거예요?!
랩이 없는 줄 알고 그렇게 둔 거야.
있다고 했잖아~~
물은 채워놨네...
아침엔 없는 줄 알고 그렇게 둔 거야.
그래서 아까 전에 랩이 없냐고 물어봤잖아~
있다고 했잖아요!!
이건 아침에 넣어둔 거라고.
랩의 유무를 물어본 건 얼마 지나지 않았잖아!!
시간의 흐름과 상황을 좀 파악해줘.
그리고 두부 보관 시에 랩을 씌우자는 룰도 없었는데 왜 그래?
흥!
@!#$%@%&#^$*&
꿍얼꿍얼...
단 몇 마디로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그녀와 나.
한마디 더 하면 주먹다짐할 것 같아서 그냥 딴짓하고 있으니 그녀도 말을 걸지 않더군요.
첫 다툼이어서 그런지 적막이 몇 분 동안 흐르는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긴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녀의 얼굴이 한냐의 가면 ヽ(´ー`) ノ이었습니다. ㅎㅎ)
둘이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저녁밥을 먹고 난 후에야
"아까 전에 미안했어"라는 말로 사건(?)이 종료되긴 했는데...
이 녀석 미안하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응"이라고 말하고 말더군요!!!╬゚Д゚)
이렇게 자그마한 일에 부딪힐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게다가 두부로...-_-;; 껄껄...
함께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요?
.
.
.
그건 그렇고,
둘 다 쪼잔하긴 말할 길 그지없고, 정말 성질머리 하곤... Σ/( ̄□ ̄)/
이놈의 원수!! 이놈의 두부!!
내일 아침도 두부 요리를 해보렵니다(≧▽≦;
기록 : 이 글은 2011년 4월 26일 2시 9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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