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에 온 지 벌써 2주가 훌쩍 넘었습니다( ̄◇ ̄;) 시간 참 빠르네요~
인터넷도 연결되고, 컴퓨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이제야 블로그에 와봅니다;;
예전 같았으면 일본에 와서 2주 동안 미친 듯이 놀고 눈물의 작별을 할 시간이어야 하는데, 오늘도 그녀와 함께 아침 6시에 오붓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달콤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ノ∀`♥)
미야자키는 하루는 여름같이 덥다가 하루는 바람이 무척 많이 불고, 오늘은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연일 원전에 대한 얘기는 나오고 있지만, 이곳 미야자키는 예상한 대로 한국보다 더 평온한 그런 상태입니다.
2주일간의 일을 거슬러 올라가면,
4월 3일, 가족들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미야자키에 왔을 때, 공항에는 저를 포함한 외국인 입국자가 단 5명밖에 없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일본인 입국자 보다도 더 긴 줄, 더 긴 시간이 걸리는데, 제 앞으로 세 명 뒤로 한 명뿐이었습니다. 뭐,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지금 일본에 올 필요는 없겠지만, 정말 관광객이 제로!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가니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동생이 공항에 마중나와 있더군요.
딱히 저를 마중나온건 아니고 그녀의 차를 빌려 타고 쇼핑을 하려는 목적이 아마 99% 정도였을 겁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는 말에 그녀의 어머니가 가고 싶다는 근처 카페로...
차분한 분위기에 햄버그스테이크도 생선요리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넷이서 수다를 떨다가 어머니와 동생이 보고 싶다는 방송이 있다고 해서 총알같이 집으로 향했지요~
그녀와 저는 본가에 들러 아버님께 인사를 하고 바로 그녀와 저의 보금자리를 왔습니다. 역시 신축이라 그런지 깔끔하고 아주 깨끗했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등은 그녀가 전날 다 옮겨놨더군요.
밤이 깊었지만 그녀가 다음날(월요일) 휴가를 내기도 했고 신이 나서 피로도 잊은 채 정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짐이 박스에 담겨 있을 때는 몰랐는데 꺼내보니 그 양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붙박이장이 있으나 정리를 하려고 해도 서랍장도 없고 옷걸이가 없고(-ㅂ-;;) 급 피로가 몰려와서 다시 대충 비닐채, 박스채 쑤셔 넣고 방치 상태로 있답니다.
다음날 아침,
긴장한 탓인지 꼭두새벽에 일어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기합을 넣으며 아침 준비 시작!
...과 동시에 절망 속으로(ㅜ_ㅜ)
평소 요리를 하지 않던 그녀와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뿐더러,
.
.
.
우선 재료가 없다!!!Ψ(`◇´)Ψ
그리고 또 하나 가장 큰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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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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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다!!! ((((;゚Д゚)))))))
혹시라도 한국요리가 먹고 싶을 때를 대비한 간편 음식을 와서 그것도 첫날 개봉하는 사태가...ㆀ
게다가 다기에 밥을 푸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지요(...)
조막만 한 쟁반에 소화도 안되게 둘이 쪼그리고 앉아 먹는 잔혹한 아침 밥상. 근데 이게 또 꿀맛같이 맛있더라는 겁니다. ㅎㅎ 지금 뭔들 안 즐겁고 뭔들 안 맛있겠냐마는.. ̄∀ ̄*)
아무튼 서둘러 준비를 하고 우체국에서 그녀의 우편물 주소를 변경하고 그다음에 시청에 가서 그녀는 전입신고를, 저는 외국인 등록을 했습니다. 근데 이곳에 외국인이 별로 없어서인지 공무원이 등록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심지어 이곳에 뭐하러 왔냐는 식..┓( ̄∇ ̄;)┏
서류를 찾으러 가는 것도 한오백년, 기재 방법을 설명해 주는 것도 매우 의심스러워서 심히 제대로 등록이 된 건지 불안하더군요.(。_。;)
다음은 생활에 필요한 잡다한 집기를 사러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그녀의 본가에서 그릇 몇 개를 얻어다 놓았지요. 점심으로 그녀와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카라멘(辛麺)을 먹으로 마스모토(桝本)에 갔습니다.
수프 맵기가 레벨 25까지 있는데 0~5그룹, 6~8그룹, 9~15그룹, 16~25그룹으로 나뉘어 있어서 그룹 별로 100엔씩 올라갑니다. 다진 고기, 마늘, 부추, 칼칼하고 깔끔한 수프가 특징이어서 한국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맛입니다.
하지만, 레벨이 올라간다고 해서 결코 매워지는 게 아닙니다. 고춧가루를 많이 넣어 더욱 텁텁해질 뿐(...) 전에 너무 궁금해서 레벨 25 주문했다가 고춧가루 수프 먹고 나왔습니다. 게다가 이 사이사이에 가지런하고 촘촘히(?) 박힌 고춧가루를 빼기 위해 얼마나 사투를 벌었는지 모릅니다(ノ_・。) 이를 닦고 가글을 몇 번이나 해도 나오는 빨간 잔해물... 거의 피 토하는 수준이었다죠.( ̄^ ̄)
역시 한국의 매운맛과 다르기 때문에 매운 걸 먹고 싶다고 해서 절대 돈을 더 주고 레벨을 올릴 필요는 절대 없고, 고춧가루도 적당히 들어가고 가격도 가장 싼 이상적인 레벨 5를 적극 추천합니다. 면도 생면, 우동, 또는 밥으로 고를 수 있는데, 기본인 곤약면이 맛있습니다.
4월 5일(화)부터는 그녀가 출근을 해야 돼서 저는 집 정리를 조금씩 하거나 아버님과 술 한잔 하거나 그녀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뭘 만들어 먹을까 궁리를 하거나 아니면 그녀와 쇼핑을 하거나 하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일간은 여전히 조막만 한 쟁반에 밥을 먹는 캠핑 수준이었지만, 그 후로 얻어 온 조금 한 상으로 밥을 먹게 되는 약간의 발전이 있었고,
2주 차로 접어들면서 그녀와 제가 염원하던 식탁을 드디어 마련하였습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우선 식탁을 사자고 굳게 마음먹었었거든요...ㅎㅎ
기념으로 봉골레를 만들어 보았는데 고맙게도 그녀가 호평을 해주더군요.
이제야 안정감 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돼서 요즘 밥 먹는 게 즐겁습니다 ゚+。:. ゚ヽ(*´∀`) ノ゚.:。+゚
정말 요리도 못하는 그녀와 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지요.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달까요..ㅎㅎ
하지만, TV는 바닥에 있고, 커튼도 없고, 여기저기 짐이 널브러져 있는 상태는 변함없어요. 식탁 빼고 아직도 캠핑(;一_一) 과연 언제 말끔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 수 있을까요? 이사 or 독립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나요? (TㅁT)
기록 : 이 글은 2011년 4월 18일 10시 41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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