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내에는 무릎을 꿇고 반달 모양의 나무토막 서너 개를 던져 점을 치거나,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공양을 드리거나, 관광객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 등, 언제 봐도 룽산쓰는 북적거립니다.
절을 빠져나와 정문 맞은편에 있는 공원에 가니,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거나 더운 날씨임에도 연인끼리 찰싹 달라붙어 앉아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다른 평범한 연인들처럼 애정표현을..(*´∀` *)
(참고로 대만은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한국처럼 심하지 않습니다. 상당히 오픈마인드)
아 맞다! 아까 룽산쓰에서 연못 있는 거 봤지?
네, 근데 왜요?
2004년도에 언니랑 언니 친구랑 대만에 놀러 왔을 때 룽산쓰에 왔었거든.
구경을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우리한테 합장을 하며 모나카같이 생긴 빵을 하나 주시는 거야.
그걸 언니가 받았는데, 언니는 목이 막히는 떡이나 빵 종류를 싫어해서(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떡 먹다 죽을뻔한 전설의 소녀;;) 이걸 버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지. 그때 언니 친구가 그래도 생각해서 주신 건데 버리면 안 된다며 둘이서 한입씩 베어 먹었어.
그래서요~~?
근데 저쪽 연못가에서 사람들이 연못에 그 빵을 던지고 있는 거야.
.
.
"언니 저 사람들 언니들이 먹고 있는 빵, 연못에 던지고 있어!!!"
언니들은 열심히 씹고 있던 그걸(?) 바닥에 털썩털썩 떨어트리며 말했지.
.
.
.
"우리 떡밥 먹은 거야~??? ( -┎ )"
아줌마한테... 낚인 거에요?(≧▽≦
www
ㅎㅎㅎ ̄∀ ̄*)
사실 그게 떡밥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지만, 맛이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고 해.
실험 삼아 손에 들고 있던 남은 그 빵을 연못에 휙~ 던지니, 팔뚝만 한 잉어, 붕어가 떼로 몰려와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걸 보고, 우린 '떡밥'이었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후, 다음 장소로 이동!
대만 하면 야시장! 야시장 하면 대만 아니던가!!
룽산쓰 맞은편에 있는 화서가(華西街 : 화시지에) 야시장으로 고고~



이곳으로 들어가면 각종 가게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전에 왔을 땐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활기찬 모습이었는데,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랬나? 전보다 쓸쓸한 느낌이 들더군요. 어쨌든,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케이드 거리로 들어서면 정력에 좋다는(...) 뱀탕과 자라탕 가게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 부쩍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녀와의 사랑스러운 시간에 체력 고갈(?)로 심히 지쳐버리는 이 죄인이 뱀탕이라도 한 사발 자시고 기운 차리고 싶었지만, 비위가 약해서 순대도 닭발도 제대로 못 먹기에 뱀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눈으로 정력을 흡수했다지요..ㅎㅎ
가게 앞앞이 철창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들을(특히 백사) 사진에 담아오고 싶었지만, 뱀들이 플래시에 놀란다며 절대 촬영 금지란 푯말을 보고 단념...(_ _;;


그리고 화시지에 야시장의 또 하나 특징은, 어른들의 장난감이 많다는 거예요. 그녀에게 들어가 보자고 하니 창피하다며 싫다고 하더라고요. (전 정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д`)
뱀탕을 먹고 장난감도 사고, 환상의 조합!!!
(옛날에는 근처에 사X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장 구경을 미차고 서문(西門 : 시먼)이란 곳으로 출발!!
화시지에 야시장에서 가까운 거리라 걸어가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도 저도 절레절레;;
지도를 못 읽는 두 여자가 헤맬게 뻔하니까요~~~ ┓( ̄∇ ̄;)┏
안전하게 MRT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딱 한정거장)


그냥 딱 보면 명동에 와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의 번화가.
젊은 층을 겨냥한 백화점, 대형 상가가 있고, 옷, 액세서리를 파는 아기자기한 조그만 상점도 있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대만 최대의 영화관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형 영화관이 어림잡아 10개(?) 그 이상 밀집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죠. 노래방, 볼링장, 찻집 등등 놀거리가 많은 동네!
상당히 늦은 시간이어서 하나둘 문을 닫는 상황;;
그녀와 저는 쇼핑도, 영화도 목적이 아니었고, 다만 하루의 일과를 시원한 맥주로 마치려는 일념 하나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대만에 꽤 와봤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술집을 찾는 거였습니다. 언어를 잘 모르는 탓도 있었지만, 외관만 보고 술집 같은 술집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는 술집(...)
이곳에 술집이 적은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뱅글뱅글 돌았지요. 중간에 지쳐 휴식차 기념 스티커 사진을 찍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2003년도에 대만에 온 지 10일 정도 됐을 때, 타이베이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짜이라는 곳에 있었는데, 언니와 타이베이에 올라와서 갔었던 그 술집이 생각나더라고요.
기억을 되살리며 찾아가 보니 약간 다른 분위기에 술집 비슷한 술집이 었어서 거침없이 들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에 갔던 그곳에 맞더라고요. 새롭게 리모델링은 했는지 좀 더 깔끔해진 분위기!! (이 곳에 얽힌 사연이 또 쫌 있죠;;)
자리를 잡고 앉으니, 샤오룽바오 먹을 때 사라졌던 곰 열 마리가 다시 몸에 붙어있지 뭡니까!
다리는 퉁퉁 붓고, 다크서클은 배꼽까지 내려와 있어서 얘기할 힘조차 없었어요. 그녀도 많이 힘들었는지 얼굴이 반쪽, 아니 죽상°・(ノД` )・°・

맥주를 주문하니 에다마메(풋콩)가 기본 안주로 나오더군요. 겉에 양념이 되어있는 게 신선하다며 그녀는 에다마메를 먹기 시작. 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하나 먹고 패스~

공항에서부터 난리 부르스를 춰서 그런지 하루가 정말 긴~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전 시원한 맥주를 주입하며 원기를 회복하고 있을 무렵 그녀는 급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 태세;;
안 되겠다 싶어 이 곳에 얽힌 에피소드를 주절주절 얘기하기 시작했죠.
재밌는 얘기 해줄게.
2003년도에 언니랑 여기에 왔었다고 했었잖아~
무슨 일 있었구나~
눈이 번뜩이는 그녀. (우선 반은 성공!)
그때도 술집을 찾아 헤매다 온 곳이 여기였어.
그때 점원이 메뉴판을 건네면서 뭐라 뭐라 하길래, 우린 한국사람이다. 중국어 못한다고 하니까 점원이 꽤 당황스러워하더라고. 근데, 생존을 위해서 피지유(맥주)라는 단어는 익히 외우고 있던 터라 자신 있게 맥주 두 잔 달라고 청했지.
점원은 머리를 좌우로 갸우뚱거리더니 썩소를 살짝 보이며 사라졌고, 그리고 점원이 가져온 것은!!!!!!!!!!!
두둥...(((;゚Д゚)))))))
어림잡아 봐도 2000cc는 족히 넘어 보이는 통유리 조끼 2개!!! ╬゚Д゚)

깜짝 놀란 언니와 나는 "이게 두 잔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걸 물어볼 정도의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면 이런 두 잔은 나오지도 않았겠지...ㅋㅋ
점원은 할 일 다 했다는 듯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사라졌고, 메뉴판을 보니 맥주는 딱 두 종류밖에 없었어. 빅 하고 스몰!
그때 받은 건 아마 '빅'이었겠지, '스몰'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 ̄;)
한국사람 술 잘 마시는걸 어떻게 알았지? wーヾ(  ̄▽)ゞ
...ㅎㅎ
옆에서 포커를 치고 있던 대만인들은 신기하단 듯이 쳐다봤고, 환호성이 터졌어.
마셔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 ( ̄∩ ̄# 끄응...
점원에게 작은 잔을 부탁하니 700cc 정도 되는 잔을 가져오더군(-_-;;
에랏! 그럴 바엔 그냥 마신다 그냥!!

마시는 동안 통유리로 된 조끼 때문에 손이 부들부들... 맥주 마시면서 이렇게 체력 소진이 많이 될 줄이야..;;
정말 배 터져 죽는 줄 알았어. 근데 오기가 생겨서 다 마셨지(-_-a)
서로 번갈아가며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느라고 언니랑 대화는 일체 없었다는...;;
지금은 없어요?
아까 찾아봤는데 없더라고...ㅎㅎ
수다를 떨다 보니 자정이 훌쭉 넘은 시간! 여독을 풀기 위해 호텔로 귀환했습니다.
아~ 피곤해~
같이 목욕할 거죠?(♥∀♥)
욕조에 물을 콸콸콸 채우고 그녀와 사이좋게 입욕 스타트!
욕실 벽면에 액정 TV가 걸려있어서 작동시키니 죄다 샬롸샬롸 대만 방송뿐...
시끄럽기도 하고 그녀와 오붓한 시간을 가져야 해서 전원을 끄려 하니 꺼지지가 않....ㆀ
그냥 신경 안 쓰기로 하고 피로도 풀 겸 월풀을 작동시키니,
우웨웨웨웩!Σ/( ̄□ ̄)/
구멍에서 진갈색 잔해물들이 물방을 타고 송송 떠오르더니 굉음과 함께 소용돌이 구멍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이 퍽! 하고 떨어져 나오지 뭡니까(...)
깜짝 놀라 그녀와 저는 욕조 밖으로 튀어나왔고 잔해물 속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어요;; 욕조에 받아놨던 물을 빼려고 배수 버튼을 눌러도 들어먹질 않더군요.
이놈의 욕조는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네!! Ψ( `◇´ )Ψ 화르륵..
그러게 말이에요.
월풀 마사지하고 싶었는데...(。 ・ ε ・。)
제가 들어 올려 볼게요.
... 하고 그녀는 배수구 구멍을 만졌을 뿐인데... 그녀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다!!!
핫;;;
제,,, 제가 한 거 아니에요. ㄷㄷㄷ
내일 프런트에 말해야지!! 정말!!!
샤워부스가 따로 있었기에 망정이지... 쩝;;
우여곡절 끝에 샤워를 마치고 오붓하게 침대로...( ノ∀`♥ )
기록 : 이 글은 2009년 8월 30일 20시 47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cielo > [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황 및 2주년 기념 제주도 여행 (0) | 2020.06.14 |
---|---|
[Taiwan] 마오콩 : 여름휴가(4) (0) | 2020.06.13 |
[Taiwan] 딘타이펑 본점, 용산사 : 여름휴가(2) (0) | 2020.06.10 |
[Taiwan] 순탄하지 않은 여행의 시작 : 여름휴가(1) (0) | 2020.06.10 |
미야자키 그 후, 그리고 또 다른 여행 계획 (0) | 2020.06.08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