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호텔에 도착한 그녀와 나.
호텔 로비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예약한 객실은 넓고 확 트인 공간과 월풀욕조 등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항에서 열심히 삽질을 해서인가요?
폭신폭신한 침대를 보니 여행이고 뭐고 두 다리 쫙 뻗고 쉬고 싶단 생각뿐!
정말 누워서 편안히 쉬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옆구리 콕콕 찔러 유혹해도 꼼짝도 안 할 자신 있었습니다! 땀으로 샤워한 찐득찐득한 몸을 욕조에 퐁당 담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ノ_・。)
예상 밖에 일로 틀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라기보다, 뭐라도 먹어야 살겠다 싶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호텔을 나서게 되었습니다...ㆀ
택시를 타고 간 곳은 대만 여행의 목적이었던 딘타이펑 본점!
그녀가 맛있는 샤오룽바오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기에 무척이나 기대하고 갔었죠!

날은 어둑어둑해지고...(벌써!!-ㅂ-)

간판 보인다!!!!
아... 너무 배고파~~
오오오옷!!
우리 이것저것 많이 먹어요!!
그래!
그다음은 챠기...
키악~(ノ∀`♥ )
(〃▽〃)


택시에서 내리니 역시나 소문대로 문 앞에는 딘타이펑에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더군요.
가게 앞에도 사람, 도로는 이미 택시 승강장이 됐고, 남에 가게 앞에도 사람, 아무튼 사람! 사람! 사람!!!
휴식을 포기하고 먹이를 찾아 나온 그녀와 저에겐 너무 가혹한 풍경이었어요.
"우리 들어갈 수나 있는 거야?"
가게 입구로 가니 점원이 다가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더군요. 한국과 일본이라고 하자 주문서 모퉁이에 K와 J라고 표시하더니 일본어와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품 안에 꼭 안겨주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아마도 주문이 많으니 미리미리 메뉴를 정해놓으라는 세심한 배려 & 들어가서 시간 축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랄까요?ㅎㅎ
대만에는 예전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가게에 일본어 메뉴가 비치되어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인 관광객도 늘어나서인지 한국어 메뉴판도 보이긴 하지만, 이곳은 일본어 밑에 한글로 프린트된 종이를 덧붙여 급조한 허접한 메뉴판이더군요.
더군다나 의미불명(-ㅂ-;;) 그림 보고 고르는 게 더 빠를지도...ㆀ
그녀와 저는 샤오룽바오 2가지, 면, 볶음밥 이렇게 4가지 음식을 주문서에 표시하여 점원에게 건네자 번호표를 주더군요. 대기순서가 너~무 많이 남아 딘타이펑 주변을 탐색하러 고고~

대만은 스쿠터 천국인지라 거리 곳곳에 스쿠터 전용 주차 공간이 아주 많아요~

'어서 오십시오' 한식집도 있었는데, 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는...(-_-;;

딘타이펑 왼쪽 바로 옆에 서점이 하나 있는데, 들어가니 딘타이펑 대기표를 손에 꽉 움켜쥔 사람들이 공복에 동공이 풀린 채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서점 안은 손님으로 꽉꽉 차있었지만, 누가 하나 책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는...┓( ̄∇ ̄;)┏
그녀와 저는 그나마 한산한 2층으로 올라가 책을 읽으며(그림 보며;) 시간을 때웠습니다.
챠기, 괜찮아요?
입술 파랗게 질렸어요!!
진짜?
아까부터 쫌 으슬으슬하긴 했었는데...
괜찮아 괜찮아(^_^;)
더운 나라여서 냉방이 얼마나 심하게 들어오던지 더 이상 못 견디고 밖으로 뛰쳐나왔어요...(긴 팔을 입고 있던 그녀가 진리였다는...;;) 극심한 실내외 온도차로 뜨거운 물 마시다 차가운 물을 번갈아 마시면 이가 빠질 거 같은 느낌 아시죠? 온몸의 뼈가 녹아내리 것 같이 흐물흐물 찌릿찌릿한 느낌;;
딘타이펑 번호판 앞으로 가니 오호랏~ 우리가 받은 번호에 근접해 있지 뭡니까~! 잠시 후, 점원의 안내에 따라 드디어 매장 안으로 입성! ゚+。:.゚ヽ( *´∀`)ノ゚.:。+゚


옆을 보니 20여 명 정도 되는 사람이 열심히 샤오룽바오를 빚고 있었습니다. 츄릅;
호텔에서는 몸에 곰 열 마리 매달린 거 같이 몸이 무겁더니,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훨훨 날아갈 것 같았어요 (단순한 뇌구조...ㆀ) 그녀와 저는 2층에 자리를 잡고 막간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며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나왔다~ ♪♪( *´∀`*人*´∀` *)♪♪
차례차례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그녀와 저는 정신줄을 놓고 특별한 대화도 없이, 마치 자리가 없어 합석한 남처럼 요리에만 열중했어요.(-_-;;)


배를 꽉 채웠을 때쯤 그녀가 제 앞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지 뭡니까!ㅎㅎ
숨 좀 돌리고 음식에 대한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러니 이제야 데이트 분위기가…ㆀ
그녀와 저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 여러 가지를 먹어보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는데, 딤섬류는 주문서에 1/2이라고 쓰면 반판(5개)도 주문 가능하니 혹시 가신다면 여러 종류를 드셔 보시길 추천해요~
바쁜와중에도 점원이 샤오룽바오를 맛있게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고, 음식도 맛있고 접객 태도가 아주 친절해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대만 애인이 있는 일본 친구가 강력 추천했던 아이스 몬스터(氷館)에 가서 과일이 듬뿍 담긴 빙수를 먹었어야 했는데, 배에 조그마한 빈 공간도 남기지 않고 꾹꾹 채워 넣었던 터라...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아이스 몬스터 나오는데,
빙수 먹을 수 있어?
과식해서
지금 딤섬 역류할 거 같아요( ̄ㅂ ̄;;
워워워... 그러지 말아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녀는 오감이 아주 약해서 자주 토를 하곤 합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해요!
어디였죠?
그녀와 저는 다음 장소인 용산사(龍山寺 :룽산쓰)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어요~
기사에게 룽산쓰에 가자니까 당최 못 알아듣더군요.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듣고(ㅠ_ㅠ) 미워 흑. 그래서 템플!!!!!!!!!이라고 괴성을 지르니 그제야 알아듣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
이 눔의 택시기사,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는데 외국인들이라고 멀리 돌아가더군요. 그 사실을 그녀에게 얘기하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작은 일로 지금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 마음에 두지 않겠다"
...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녀석, 대인배였어!!!!!!!!!!Σ(゚∀゚*)
룽산쓰는 누구나 타이베이에 가면 꼭 한 번씩은 들르는 관광명소인데, 1738년에 세워져 약 270여 년이나 된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절입니다. 2차 세계대전 공습 때 많은 부분이 소실되긴 했지만, 본당에 모셔진 관음보살상은 전쟁통에도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아서 대만인들이 꽤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정문을 통과하면 위와 같은 건물이 나오는데, 사진은 절 바깥쪽 모습으로 뒤쪽으로 들어가야 불상과 갖은 신불을 볼 수 있습니다.

경내로 들어가면 자욱이 낀 향 연기에 눈이 따갑고 조금 매캐하긴 하지만, 나름 몽환적인 분위기가 나기도 해요. 중국도 그렇지만 대만 역시 50~60cm 정도 되는 향 다발에 불을 붙여 두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소원을 빌곤 합니다.
그리고 불이 붙어있는 향을 향로에 넣는데, 사람이 많을 땐 투호를 하듯 멀리서 던지기도 합니다.(위험하잖아!!) 그녀와 저도 두 손을 모으고 각자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원거리...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
기록 : 이 글은 2009년 8월 27일 22시 19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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