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녀와의 여름휴가!(〃▽〃)
한국과 일본이 아닌 제 삼국에서 그녀를 만난다는 기쁨에 잠을 설쳐서일까요(-_-?)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잠을 잤지 뭡니까!!! 눈앞이 깜깜하고 얼마나 식은땀이 나던지 서둘러 씻고 빠진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겨를도 없이 공항으로 출발!
해외여행의 절정기인 8월... 안 그래도 늦은 데다가 개미 때 같은 인파로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죠.
"타이베이행 수속 마감 직전입니다"
...라는 방송에 화들짝 놀래 두 손 번쩍 들어 클럽에라도 온 것 마냥 좌우로 마구 흔들어주니 예쁜 언니가 마중 나와 수많은 사람을 제치고 보딩패스를 상큼하게 발권해주시더군요.
"여러분 미안해요~ 안녕~" 그리고 2시간 반 후에 Fomosa 타이베이에...
그녀는 저보다 40분 정도 먼저 도착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설레는 마음 안고 서둘러 짐을 찾아 밖으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
・
・
・
・
・
없다!!!!!!!!!!!!!! Σ( ̄□||||
(>_<; ≡ ; >_<)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아도 그녀 비슷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디 있지? 잠깐 자리를 이동했나?" 하며, 무거운 짐을 끌고 커피숍이 있는 끝쪽으로 걸어가니 경비 비스무리한 옷을 입은 어떤 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옵니다.
아저씨
오죠~상 니혼진? 아가씨 일본인?
워쓰 한꾸어런. 나 한국사람이야.
오~ 꼬레아!
이 아저씨는 제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지 중국어로 샬라 샬라 말을 하더군요. 제가 아는 중국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인지라 살짝 웃으면 대답했죠.
띵뿌통! 몰라! Ψ( `◇´ )Ψ
그리고 그녀를 다시 찾아 헤맸어요. 끝에서 끝을 몇 번이나 왕복해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웠죠. 우리는 만날 약속만 했지, 혹시 못 만날 때의 대책을 하나도 세워두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30분 정도를 약속 장소에서 기다려도 보고 화장실도 가보다가 문뜩 전화를 해봐야겠단 생각에 공중전화박스로 갔어요. 하지만, 늦잠 자서 아무것도 준비 못한 탓에 지갑에서 나오는 것은 원화뿐! (-_-;;)
또 저~끝에 있는 환전소를 짐을 끓고 가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가야죠! 가는 길에 아까 그 아저씨랑 또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번엔 몇 명의 아저씨들이랑 같이 있더군요.
아저씨(1)
꼬레아 카와이이~!
한꾸어런~
^_^;; (그래, 나 한국사람이라고)
그러자 다른 한 아저씨가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2)
오~ 따창진, 창진러~
컴 히얼~ 장금! 창진~
자, 장금? 하하...(-_-;;)
대장금이 인기 있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가다시피 환전소 가서 대만 돈으로 바꾸어 다시 공중전화로 돌아왔죠. 그리고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신호가 가더군요!
뚜루루루~ 뚜루루루~
여보세요.
난데, 어디야?
cielo는 어딘데요?
계속 기다려도 안 오고 연락도 할 수 없어서.
아무튼 네가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다행이야.
나 나와서 왼쪽 공중전화박스에 있어.
나가서요?
저 아직 안에 있는데...
엥?!
왜 아직 안 나왔어?!
여기에서 만나기로 한 거 아니에요?
뚜~뚜~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뭐야!!!"하고 전화기를 보니 돈이 다 떨어졌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었죠.
나와서 바로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얼마나 찾아 헤맸는데!!!
미안해요. 안에서 기다리는 줄 알고..
금방 나갈게요.
그리고 출구 정면에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그녀만 보이지 않는 거예요. 초조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하러 갔죠.
뚜루루루~ 뚜루루루~
여보세요?
아직 안 나왔어?
아뇨. 나왔는데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고?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정말 아무도 없어요.
너 혹시 2 터미널 아니야?
아니에요. 1 터미널이에요.
그래서 왼쪽에 뭐가 있는지 앞에는 뭐가 있는지 나가서 터미널은 어느 쪽인지 확인을 해도 다 맞다는 거예요.
cielo가 제2터미널 아니에요?
아니야. 절대 아니야.
몇 번이나 와봐서 알아!
그럼 공중전화 박스를 찾아 가볼게요.
전화를 끊고 하염없이 기다려도 그녀는 오지 않았습니다. 확인 사살 차 밖으로 나가 택시기사한테 "여기가 제1터미널이죠?"라고 물어보니 맞다더군요. 그러더니 타이베이까지 싸고 안전하게 모시겠다며 호객행위를 하지 뭡니까.
미안, 난 친구를 기다리고 있어서 혼자 갈 수 없어.
택시기사
친구가 어디 있는데?
나도 몰라. 그래서 찾는 중이야.
그럼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타이베이로 가면 되겠네.
그러니까!!!!
친구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m `ㅂ´)퍽!
(... 네가 찾아와. 그럼 택시 타고 갈 테니까!!)
택시기사도 약간 멍텅구리였지만, 짜증을 택시기사에게 마구 퍼붓고 말았죠...(미안해요;) 그렇게 제1터미널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공중전화 박스로 돌아오는데 아까 그 아저씨 무리와 다시 눈이 마주쳤어요.
오~ 장금! 오~장금!
컴온 컴온!!!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뭐라 뭐라 말하더니 휘파람과 박수를...
그리고 지나갈 때마다 말을 시키니 미칠 노릇...
아, (-_-;;) ...쫌!!!
아저씨 무리 때문에 정신이 사나웠지만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했어요.
뚜루루루~ 뚜루루루~
왜 안 와? ヽ(* `Д´)ノ
sereno
지금 공중전화인데 아무도 없어요.
어디예요?
당연히 공중전화지!!!
너 아무래도 2 터미널인 거 같아.
다시 한번 확인해봐. 이따가 전화할게.
로밍폰은 정말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이더군요. 얼마를 쓴 건지;;;
다시 동전을 바꾸러 동전 교환기로 갔는데 아저씨가 또 말을 걸어옵니다!!!!
헤이~, 오죠~상.
"아~녀하세요~!"
네네, 안.녕.하.세.요!( ̄◇ ̄;)
니 찌아오 션머 밍즈? 이름이 뭐야?
야!! 언젠 장금이라며!!
아... 신이시여. 제발 이 사람들 좀 어떻게 해주세요...(ㅠ_ㅠ)
그리고 5분 후쯤 다시 전화를...☎
아무래도 못 찾겠어요.
저기, 벽이 핑크색 비슷하게 되어있고.
여기 핑크색 아니고 흰색이야.
너 확인했어?
아뇨.. 그게...
맞는 거 같은데...
"맞는 거 같은데"가 아니고
맞냐 안 맞냐를 묻고 있잖아!!
너무 짜증 나서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고 어쩔 수 없이 아까 그 아저씨 무리한테 가서 물어봤어요...(;;;)
저, 저기...
제2 터미널 벽이 핑크색으로 되어있는 거 맞나요?
오~ 장금!
너 한꾸어런이라며 일본어를 할 줄 알아?
정말 한꾸어런이야?
(고마해라..-_-)
쫌... 암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핑크색 맞아요?
음, 아이 돈 노~
그럼 제1터미널 벽 색깔이 핑크색인 곳은 없죠?
아저씨 몇 명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더니 제1터미널에는 핑크색 벽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요. 그녀가 제2터미널에 있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역시 생각했던 대로였어! 제2터미널로 가자!" 결심을 하고 발길을 돌리는 순간 어떤 수상한 남자가 오더니 저 보러 따라오라는 거예요? 영문도 모르던 저는 외국에서 납치당하는 거 아닌가 하고 약간 겁에 질려 싫다고 하니,
이 분은 경찰이야.
사복경찰이라고~~~
설마...(영화에서 보던;;)
정말이에요?
그래, 그렇다니까.
아무래도 수상쩍어서 몇 번이나 정말 경찰이라고 물어보니,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는 점퍼 안쪽에 달린 마이크로 누군가에게 무전을 치더라고요. 아~ 난 제2터미널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문제가 점점 커지는 듯한 느낌(-_-;;)
아무튼 무전을 받고 어디에서 섭외를 해왔는지,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여행사 직원을 데려와 무엇을 곤란해하고 있냐고 묻더군요. 자초 지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띵동댕동~
한국에서 오신 cielo님 sereno님이 찾고 계시니 오른쪽 안내데스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경찰, 여행사 직원을 달고 부리나케 안내데스크로 뛰어가 전화를 받았죠.
아까 전화가 끊겨서... 연락도 안되고...
확인해 보니까 여기 제2터미널이래요.
그럴 줄 알았어.
챠기 정말 미안해요.
제가 1 터미널로 갈게요.
아니야 아니야.
내가 갈 테니까 거기에서 꼼짝 말고 기다려.
전화를 끊고 경찰과 여행사 직원에게 문제가 해결됐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스카이 트레인을 타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데 또 아저씨 무리와 눈이 마주쳤죠. (... 이제 정들었다(゜▽゜))
장금 Q$%Q$#^%#&#$%
#$%#@%^& @#%ㅕ&^*~!~자이찌엔 바이 바이~
(끝까지 장금이랜다..-_-)
암튼 고마워. 이제 안녕이다~ ヾ(^▽^)ノ
영영 (-┏ )
그리고 쏜살같이 제2터미널로 갔습니다. 새로 지은 청사라 깨끗하고 정말 벽 색깔이 연한 핑크색이더군요. 저 멀리 그녀가 보이는데 정말 2시간 만에 만나는 거여서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면서 짜증이 솟구쳤죠.
정말 보자마자 어퍼컷을 한대 날리면서 한마디 해주고 싶었는데, 눈물을 그렁거리는 망아지 눈을 하고 미안하다고 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고요.
내가 제대로 확인만 하고 왔어도 이렇게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정말 면목없어요.(´;Д;`)
내가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도 맞다더니 잘한다! (-_-;;)
암튼 일정보다 몇 시간이나 늦어졌으니까 서두르자!
네~
리무진 버스를 타러 밖으로 나갔는데 불볕더위에 혀가 발끝에 차일 정도로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아~ 더운 여름에 우린 왜 더 더운 나라로 왔을까? 완전 의문에 휩싸인 그녀와 나.
리무진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길. 대만에는 트렁크를 사용하면 별도로 요금을 내야 돼서 기사 아저씨가 알아서 앞좌석에 짐을 실어 주더군요. 좌석에 놓으면 차가 지저분해지거나 스크레치가 생겨서 더 싫을 거 같은데 말이죠(...)
처음 온 대만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그녀. 저도 4년 만에 대만에 다시 와서 익숙한 풍경이 정겹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항에서 힘을 쪽 뺐더니 완전 다운 상태였죠.
기록 : 이 글은 2009년 8월 24일 18시 13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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