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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7개월 기념일 : 미야자키 (5)

by cielosereno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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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 [cielo/그녀 이야기] - 그녀와의 달콤한 동거생활 시작 : 미야자키 (4)

 

그녀와의 달콤한 동거생활 시작 : 미야자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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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sereno2007.tistory.com

 

 

 

바스락바스락~



아직 6시 반밖에 안됐으니까 더 자요.


하아~ 졸려~(=_=) 오늘부터 출근하는 거야?



3일간의 연휴를 마치고 오늘은 그녀가 회사에 출근하는 날. 아래층에 내려가니 아버님은 벌써 출근하시고, 어머님은 아침 준비를 하고 계시더군요. 저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녀의 출근 준비과정을 흐뭇한 표정으로 졸졸 따라다니며 견학(?)했지요. 어머님, 그녀, 저 이렇게 셋이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하는 그녀를 배웅했어요.



아~ 회사 가기 싫어~
혼자 괜찮겠어요?


괜찮아! 뒹굴거리고 있지 뭐~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쪽♥


다녀오겠습니다~~


그녀는 저를 남겨두고 출근하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몇 번이나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어줬어요. 어머님은 아침 청소가 한창이셨습니다. 이불을 널려고 하는 어머님에게 후다닥 달려갔죠.

 

 

 

 




제가 할게요.

어머님
그럴래? sereno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밖에 못 널어.
cielo짱 것만 밖에 널면 될 거 같네.


네~



그리고 이불을 하나 집어 들고 베란다로 나가는데 어머님께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호호, cielo짱. 그건 sereno 이불이니까 안쪽에...(  ´ェ` ;;;)
밖에다 널면 난리 치거든...


아, 네...;;;


... 어머님 죄송합니다. 어떤 게 그녀 이불이고 어떤 게 제 이불인지 몰라요(_ _;;  이불 하나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 못 합니다.°・( ノД`)・°・

 


화단에 물도 주고, 세탁에 설거지도 하시고 주부는 아침부터 할 일도 많고 너무 힘든 거 같아요. 청소를 어느 정도 끝마친 어머님께서 출근시간 10분을 남겨놓고 허둥지둥... 

 



cielo짱~ 점심에 도시락 사 올 테니까 편히 쉬고 있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_´)ゞ.


조심히 다녀오세요~~

 


상냥하신 어머님도 저를 혼자 두는 게 걱정스러웠는지 점심시간에 다시 돌아오신다고 하고 출근을 하셨죠. (H짱은 학교 때문에 후쿠오카로 돌아갔습니다) 낯선 사람과 같이 있어서 그런지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카브가 게이지 안에서 시끄럽게 짖는 걸 주의시키고 나니
.
.
.
할 일이 없다  ̄∀ ̄*)

 

 


그래서 카브 녀석을 꺼내 같이 놀다가 어느새 TV 리모컨을 쥐고 잠이 들어버렸지요.

...똑! 똑! 똑!


 



누, 누구세요? ╬゚Д゚)


챠기~


우와~ 자기~~
어쩐 일이야~?


점심 같이 먹으려고 왔죠.
엄마가 사둔 도시락 받아서 가지고 왔어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맛있다~



우리 꼭 신혼부부 같지 않아요?
집에 둔 부인이 보고 싶어 점심을 집으로 먹으러 오는 그런...(〃▽〃)
 

아, 나도 지금 그 생각했는데(ノ∀`♥)


우리 완전 러브러븐가봐~

 


웃고 떠드는 사이에 짧디 짧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그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주인도 없는 집에서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도 하고 그녀의 방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누구가 집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혹시 도둑? (゜Д゜;≡;゜Д゜)" 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아래층을 내다보니 아버님이...



휴~ 다녀오셨어요~
일찍 오셨네요.

아버님
오늘은 점심 먹고 바로 퇴근했어~
혼자 심심했지?


아뇨.. 쫌 뭐, 그냥.. 카브랑 놀았어요.


옷 갈아입고 내려오너라.
드라이브 가자.


네~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 내려가 아버님 차에 올라탔죠.

 

 

 

 



어디로 가는 거예요?


南郷村(난고손)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게다.


아, 그렇구나.
 

 


시내를 빠져나와 속력을 내서 달리니 건물은 하나 둘 없어지고 그야말로 '산'밖에 없더군요. 1시간쯤 지났을까? 깊은 산골과 강이 어우러져 경치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 멀리서 누이동생으로 보이는 어린 꼬마가 자신의 등보다 더 큰 가방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 보니 조금 안쓰럽더라고요. 하지만, 그 아이들은 먼 귀갓길도 즐거워 보였습니다. 

 


드디어 美郷町(미사토쵸) 南郷村(난고손)에 도착.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로 나가니 슈퍼 하나, 식당 하나 정도밖에 아~무것도 없더군요. 정말 산골(?)마을 이었죠. 참고로 난고손은 삼국통일 때 멸망한 백제 왕족이 일본으로 건너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간 곳은 西の正倉院(서쪽 정창원). 아버님이 기념사진을 찍어주셨는데, 2장 다 잔인하게 발목을 잘라주시는 센스..ㅎㅎ

 


이곳은 나라 정창원과 똑같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정창원은 국가의 중요한 보물이나 자료를 보관하는 창고인데, 난고손 사람들에게는 백제 왕족의 유물을 정창원과 같은 곳에 보관하길 원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나라 국립 문화재 연구소와 궁내청의 협력을 얻어 준비에서 완공까지 10년이나 걸렸고, 4층 빌딩의 높이와 맘먹을 정도로 건물이 상당히 큽니다. 하지만, 건축미는 그닥 잘 모르겠다는...(-_-a)


두 번째로 간 곳은 百済の館(백제관). 한국 기술자가 와서 직접 지은 한옥으로 안에는 민간교류 자료와 부여에 관한 정보 등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한복 시착도 가능했습니다만, 뭐랄까요, 정말 촌스러운 한복이었어요. 지금은 입지도 않을 법한...ㆀ 부여시와 교류도 활발하다는데, 부여시는 예쁘고 제대로 된 한복 하나 기증 좀 해주삼~

 

 

 

 

 


사실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그냥 대충 훑어보고 다시 집으로 향했죠. 차 안에서 아버님께서 좋아하시는 코부쿠로의 음악을 자기식(?)으로 어레인지 하여 열창하던 중,

 



cielo는 남자 친구 있는가?


아뇨, 남자 친구(는) 없어요(ノ_・。)


아니, 남자들이 가만 놔두다니 거참 이상하구나.


(아버님 딸에게 선택되었습니다;;)
핫... 그, 그러게 말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은 있나?


네, 있어요.



엄청난 질문공세를 받을 거 같은 분위기. 점점 범위가 좁혀질 거 같아서 급하게 아버님께 질문했죠.



아버님께선 sereno가 어떤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빠로서는 딸에게 잘해주고 생활력도 있고 사람 됨됨이게 가장 중요하겠지.


부모님 마음은 다 똑같은 거 같네요.


요즘 젊은이들은 정신 상태도 글러 먹었고 나약해 빠져서
이상한 놈하고 만나려면 평생 결혼 안 했으면 좋겠구나.
그 녀석, 결혼할 생각도 없어 보이고...


그래요?
아직 결혼 생각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가..? (먼산)


어찌 됐든 sereno의 인생이니까 알아서 잘 선택해 나가겠지.
어렸을 때부터 손 하나 안 갈 정도로 자기 일은 알아서 다하고
부모에게 걱정 한번 안 끼친 아이니까...


부모의 인생이 자식의 인생이고, 자식의 인생이 부모의 인생처럼 여기는 한국의 보통 부모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죠. 부모님을 속이고 있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커밍 아웃할 수도 없고, 정말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리고 아버님은 그녀의 얘기, 집안 얘기를 스스럼없이 해주시면서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아버님의 본가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처음 취직했을 때 회사 건물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정말 가족처럼 대해주셨어요.


집에 돌아오니 그녀도 마침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더군요. 후다닥 2층 방으로 올라가 보고 싶었다며 호들갑을 떨었더랬죠.




있잖아~ 아버님이랑 난고손에 갔다 왔어.


둘이서요?!


응. 오늘 일찍 오셨더라고.
그리고 아버님 본가 하고 첫 직장이 어디였는지도 알려주시고 재밌었어



정말 웃겨.
내 친군데 내 얘기도 아니고 완전 자기 어필 (-_-;;)


핫...( ´ ∀ ` )
네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


뭐라고요?


그냥, 섬세하고 착한 아이라고...


그야 자기 딸이니까 그렇겠죠( ̄□ ̄;
암튼 아빠는 챠기가 엄청 마음에 드나 봐요.


다행이야~



그녀와 저는 밖으로 나와 집에 있는 자전거 두 대를 타고 동네 구경을 하러 나갔어요. 제가 오래전부터 같이 자전거 타자고 졸랐거든요. 자전거를 탄 지 하도 오래돼서 처음에는 약간 불안했지만, 그래도 잘 달렸습니다. 그녀는 귀한 자료라며(?) 동영상을 찍더군요...ㆀ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7시가 다 되어 저녁식사를 예약해둔 가게로 갔습니다. 사귄 지 7개월째 되는 기념일이었거든요. 보통 100일, 1년, 2년, 이런 식으로 기념일을 챙기겠지만, 원거리다 보니 이벤트가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매월 30일 날은 같이 술을 마시거나, 케이크를 먹거나, 같이 영화를 보거나,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걸 해왔었는데, 이번에 날짜가 딱 같이 있을 때여서 보통 근거리(?) 연인처럼 기분 내며 식사라도 하기로 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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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에 처음으로 같이 보내는 기념일, 화상채팅으로 축하하던 기념일과는 역시 근본부터가 다르더군요...ㆀ 텐션 수직상승 중.

 

 

건배~감빠이~!! ヾ(●゚v゚)人(゚v゚○)ノ

 

 


음식도 맛있었고 너무너무 만족스러운 기념일을 보내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바람피우면 죽・여・버・리・겠・다・는 그녀의 기념일 축하 메시지까지...(╬。_。) 근처 바로 자리를 옮겨 몇 잔 더 마시니 둘 다 얼큰하게 취해서 재밌는 밤(?)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기록 : 이 글은 2009년 4월 28일 23시 1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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