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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난생처음 가보는 파칭코 : 미야자키 (6)

by cielosereno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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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기념일 : 미야자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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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어제 과음을 해서 조금 늦게 일어나니 벌써 모두 출근한 상태. 아래층에 내려가 어머니께서 차려놓고 가신 밥을 먹고 있는데, 카브가 몰래 테이블 위에 떡을 물고 도주!!!Σ( ̄□||||



cielo
거기서!!! 거기 안 서?!!!(゜Д ゜;≡;゜Д ゜)

카브
풋 (  ╬_╬) 춍춍춍춍~


썩소를 날리며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카브.  

 




야, 내가 빵이면 그냥 봐주는데, 떡이라 안돼.
목 막혀 죽어 너!!


으르르르릉...


저기... 그, 글쎄 안된다니까...


아르르르르...


흠짓, 카브님 화나셨습니다 Σ/( ̄□ ̄)/ 순간 공포감에 휩싸였죠. 사실 저는... 강아지를 너무 사랑하면서도 강아지에 대한 공포감이 이만저만이 아닌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저희 집 테리한테 무려 3번이나 물려 2번은 피를 질질 흘리며 병원에 갔었기 때문이죠. 


살이 살짝 긁힐 정도로 물리거나 이빨 자국만 남을 정도로 물리는 거는 애교 수준(-_-;;) 위에 3번이라는 건 발톱이 빠지거나 살점이 떨어져 나가 꿰매거나...(ㅜ_ㅜ) 그때 일을 생각하면 또 감정이 복받쳐 오르네요.


그러나, 떡을 먹이면 안 된다는 강한 집념 때문에 카브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뱅글뱅글 돌기를 30분 남짓. 손에 잡히기 바로 직전 카브가 떡을 퉷~ 하고 뱉더니 스스로 게이지 안에 들어가 똬리를 틀고 앉아 힐긋힐긋 쳐다보지 뭡니까(-_-;;) 

 


고약한 놈!!! (m ≧□≦)m 

 


그렇게 오전은 뺑이만 돌고, 점심때에는 어김없이 그녀가 점심을 먹으러 왔고, 오후는 약간의 정리와 빨래를 개며 주부 기분을 만끽(?)했죠. 

 

 

 

 

 


저녁이 되어 어머님과 그녀가 돌아와서 마켓에 장을 보러 나갔죠. 그리고 어머니의 맛있는 요리를 먹고 탕에 들어가 몸을 지지고 나오니 그녀가 얼굴이 건조하다며 자신의 스킨로션을 얼굴에 발라주지 뭡니까. 어머님은 의아하다는 표정.

 



돼.. 됐어. 내가 바를게


약간 삐친 눈치. 어머니가 주방으로 맥주를 가지러 가셔서 그녀에게 속다속닥 얘기했죠. 



어머님이 계속 쳐다봐서...
이러다 걸리는 거 아니야?


괜찮아요. 그냥 쳐다본 거겠죠~~


그게 아니고, 니가 가족들한테는 쌀쌀맞은데
나한테만 다정하니까 이상하신가 봐.


아, 그럴 수도... 
이렇게 다정다감한 모습 가족들은 처음 보는 걸 수도 있겠네요( ̄▽ ̄)


제발... 상냥하게...(ノ_・。)



어머님께서 맥주를 가져오셔서 한잔 마시며 라스트 프렌즈란 드라마를 시청했어요. 어머님과 함께 보면 혹시 우리를 의심에 눈초리로 보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보고 있는데 어머님은 코를 드르렁~ 골며 격침!(;;;)

 

 

 

 

 


6일째, 

먹고 놀기 모드에 정말 익숙해진 나. 단지 카브만 짖지 않으면 정말 푹 잘 수 있을 텐데...



어머~ 챠기~ 아직도 자고 있었어요?


아아... 다녀왔어~?
벌써 점심시간이구나...(헤롱헤롱)


어머, 땀 좀 봐~
괜찮아요?


더워~~~~ 더워~~~~
여기 완전 더워. 죽을 거 같아...


챠기가 절규하고 있다 (゚∀゚*  )
덥다면서 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고 있어요...


카브가... 카브가...
うるせぇんだよ!!! (조낸 시끄러운 거다!!) ヽ(*  `Д´)

 

 


신혼부부처럼 같이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에는 약간의 러브러브를... 그리고 그녀는 다시 회사로 향했습니다. 또다시 카브와 둘만 남겨진 상태. 잠을 깨기 위해 목욕을 하고 나오니, 거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버님
cielo짱~ cielo짱~ 
음, 없나?


어머,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다녀왔습니다. 
어서 준비해라. 빠칭코 가자꾸나.


네~~~~~~


염원(?)하던 빠칭코를 아버님과 가게 됐지요. 

 

 

 

 

 



내가 cielo짱에게 만 엔 투자하겠어.


아니에요~ 제, 제가 할게요. 


아니야 아니야. 


안 그러셔도 되는데...ㆀ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요.


나만 믿어. 다 알려줄게.
그리고 원래 처음 가는 사람이 잘 터지는 법이란다.

 


난생처음 가보는 파칭코. 안으로 들어가니 엄~청 크더군요. 하나같이 앞만 보며 구슬이 쏟아져 나오기만 기다리는 사람들. 자리를 골라잡고 아버님께 받은 투자금 만엔으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거예요?


@#$#$^$%(%$^&


 차락차락 시끄러운 소리에 귀청이 떨어져 나갈 거 같았습니다.



안 들려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그냥 있으면 된다고~~

 

 


......( ̄□ ̄;
아까 알려준다는 얘기는 뭐지? 정말 그냥 있으면 되는 건가? 설마 그냥 앉아서 돈 따는 게 세상천지에 어딨겠어? 란 의문을 강하게 품으며 레버를 이리저리 움직여봤죠.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ノД`)・°・
 


성격 급하신 아버님께서 1엔짜리 동전을 꺼내 레버 사이에 끼워 고정을 시키시더니,




막 돌리면 안 돼.
저~기 있는 구멍에 들어가게 하면 된단다.


아하~ 우선 구멍에 구슬을 넣으라는 얘기구나~ 그.. 그러니까 그걸 알려달라는 거였는데(-0-;;) 게임 방법을 약간 숙지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죠. 한참 동안 아버님과 제 앞에 놓인 재떨이에 꽁초만 수북이 쌓이며 한숨만 늘어갔어요.




・・・・・・

 

 

 

 

 


안 되겠다 싶어 레버를 조금 움직이며 강약을 조절하니 아까 보다 한결 수월하게 구슬이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슬롯이 돌기 시작했죠.

4         4        인어
1     물고기      1

 

 


젠~장!
돈은 점점 줄고 순식간에 1000엔이 날아가버렸지요. 아버님도 안 터지긴 마찬가지.



뭔가 대단한 전략이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_^;)


빠칭코는 원래 그런 거란다.


속만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레버를 살짝살짝 만지면서 멍하니 앞만 보고 있는데, 슬롯에 숫자 3개가 맞으면서 엄청난 양의 구슬이 좌르르륵 쏟아져 나오지 뭡니까!!!




오오오오오!!
터졌다!!!


캬~~~ 짜릿해(≧∀≦)



기다리면 복이 온다고(?) 이런 기분이구나. 지루했던 시간이 말끔히 사라지며 두근두근거렸죠. 그리고 보너스로 돌던 슬롯이 다시 한번 같은 숫자 3개를 가리키며 멈춰 서서 또 좌르르륵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터져 나온 구슬로 감당이 안 되는 상황. 어디선가 종업원이 바람같이 달려오더니 바구니를 바꿔주더군요. 구슬로 꽉 찬 바구니는 제 자리 뒤쪽에 놓여졌고 깃발이 꽂힌 채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한번 터지니 점점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렇다고 딱히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운이죠. 마음속으로 터져라! 터져라! 를 외치며 집중해서 하고 있는데, 금세 또 터져 나오는 구슬들!

 


반면,
아버님은 줄담배를 피우시며 서너 개 나온 구슬을 다시 집어넣어 간신히 연명하고 계셨죠.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그만두시더군요. 멍하니 제 쪽을 쳐다보시는 아버님. 신이 나서 막 하고 있는데 아버님은 지루하신지 그만 가자고 재촉하셨어요.

저는 운빨이 좋았는지 총 3번을 터트렸습니다. 종업원에게 그만하겠다는 사인을 하니 손수레를 가지고 와 정산소로 갔지요. 구슬의 정산을 마치고 아버님께서 교환된 칩을 밖에 있는 교환소에서 현금으로 바꿨습니다. 10000엔으로 4000엔을 써서 12000엔을 땄으니 8000엔의 이익을 본 셈이죠. 

 


하.지.만! 
투자자는 저에게 이익금을 배당하지 아니하셨습니다 (...)

 

 

 

 

 

 


어쨌든, 빠칭코를 충분히 즐기고 근처 쟈스코(대형마트)에 들러 사시미와 맥주, 바지락을 사서 귀가! 아버님과 대낮부터 마시기 시작했죠.



처음 간 여성은 반드시 이긴다는 정설이 있는데,
정말 맞는가 보구나.


이겨서 다행이에요~

 



빠칭코를 갔다 온 이후로 뭔가 끈끈한 정이 생긴 아버님과 나. 

 




sereno도 술을 마실 줄 알면 좋으련만 엄마를 닮아서 전혀 못 마시니... 
H짱은 날 닮아서 조금 마시긴 하는데 말이다.


저도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같이 마시면서 놀면 재밌을 텐데...
저는 술 좋아하니까 저라도 괜찮다면 같이 마셔요~

 


같이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뻐하시는 아버님. 아버님은 코드가 잘 맞다며 딸이나 마찬가지이니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빠라고 부르고 있지요.    

 



그나저나 저번에 sereno가 후쿠오카에서 만났던 게
cielo짱이었다면서?



네, 저였어요. 근데 왜요?


난 또 어떤 놈이 우리 딸하고 만나나 걱정했었지.
요즘 세상이 무서운데, 다 큰딸한테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말이야.


(제가 더 위험할수도...ㆀ)
이것저것 구경할 겸 후쿠오카에서 만났어요.



cielo짱인걸 알았으면 걱정 안 했을 텐데,
sereno는 말을 잘 안 해서...


그녀에 대한 얘기가 계속됐어요. 사춘기 때 아버님이 일 때문에 타 지역에 계셔서 가족들에게 신경을 못 써줬다는 것. 그래서 언제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인지 단신부임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많이 서먹서먹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아버님이 열심히 일하셔서 지금 가족들이 편하게 생활하고 있는 거니
모두 고맙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긴 해.


...ㅋㅋㅋ


엄마가 혼자 애들 돌보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아이들도 문제없이 잘 커줬고...


행복하시다는 아버님.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나름 카리스마가 강하세요. 활동적이고 리더십이 강하고 만약 회사 상사라면 존경하고 따랐을 거 같아요. 하지만, 문제점은 가족들한테는 전혀 안 먹힌다는 거...(-_-+) 

 

 

 

 

 


저녁 시간이 돼서 어머님과 그녀가 돌아왔습니다. 


어머님
사이좋게 낮부터 마셨나 보네~?


오늘 cielo짱하고 빠칭코 갔다 왔는데, 8000엔이나 따서 
cielo짱이 한턱 쐈어.

 


(아버님, 그... 그런 겁니까?;;;)  

 



정말? 오~ 대단한데!


우쭐~(-_-v)


당신은...?


대답을 회피하는 아버님. 어머님께서 눈짓으로 잃었냐고 사인을 보내서 쵸큼~ 잃었다고 말하니 키득키득 웃는 웃으시더군요(^_^;)

 



・・・・・・
아참, 오늘 근처 사람들하고 밖에서 마시기로 했는데
cielo짱 데려가기로 했어~

 


제가 가면 당연히 그녀도 같이 갈 테고, 어머님도 저녁을 혼자 드셔야 하니 모두 다 같이 가기로 했죠. 술도 마셨겠다 가족들을 대동하고 나가는 아버님 모습이 참으로 즐거워 보였습니다.


아버님의 단골 술집에 가니 아저씨부대가 대기하고 있었어요. 한국에서 온 딸이라며 소개를 해주시는 아버님의 말에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니 제가 나이가 한참 어림에도 정중하고 인사를 하시더군요. 개중에는 교장선생님도 계시고, 시골 아저씨스러운 분도 계시고 참 재밌는 조합이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따라주시는 술을 한 잔씩 받아 마시니 낮부터 마신 술까지 합해서 빙글빙글 돌더군요. 결정적으로 못 먹는 곱창을 한두 점 집어먹었더니 심하게 구토 증상이 일어나지 뭡니까.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 밖으로 나와 그녀에게 오늘은 더 이상 무리라고 말하니 그만 집에 돌아가자고 해서 1시간도 채 안돼서 어머님과 셋이서 집으로 돌아와 곯아떨어졌지요.


그리고 몇 시간이 흘러 저녁을 제대로 못 먹어서인지 새벽에 눈이 번뜩 떠진 그녀와 나. 



배고파. 편의점 가자~


자전거 타고 갈까요?


좋아 좋아! 근데 나 술이 덜 깼으니까 뒤에 태워죠.


고고~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고 등에 기대어 어두운 골목길을 빠져나갔지요.
아~ 이런 평범한 일상이 너무 달콤하고 행복해요. 

 

 

 

 

기록 : 이 글은 2009년 5월 2일 15시 24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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