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메일을 읽고 많이 생각했어요. 후쿠오카에서 서로 맞지 않고 짜증 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난 그녀를 변함없이 좋아하고 그래서 더더욱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원거리 커플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만남에 기대를 걸고 또 그 기대에 실망하기도 하고, 한정된 시간을 누구보다 즐겁고 재밌게 보내고 싶지만 며칠 후 다가올 헤어짐이 너무 슬프고 아플까 봐 지금을 즐길 수가 없나 봐요. 그래서 그녀도 저도 그리도 어두웠나 봅니다.
늦어서 미안.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이제 다시는 안 오는 줄 알고 걱정했어요.
아니, 그냥 생각 좀 정리하느라...
서먹서먹한 분위기...
그녀도 내심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만나기 전보다 만나고 나서 당신이 더 좋아졌는데 cielo는 아닌 거 같아요.
혹시... 제가 싫어졌나요?
울먹이는 그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후쿠오카에서 계속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왜 그런 건지 표현을 안 하면 알 수 없잖아.
그리고...
어떤 걸 말하는지 알겠어요.
제가 너무 긴장했었고, 준비도 못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싫어서...
그게 cielo를 더 아프게 했나 봐요. 정말 미안해요.
널 만나러 간 건데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어.
길을 헤매는 것도 재밌었고...
노력할게요! 뭐든지 할게요!
술도 같이 마시고 cielo를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 약속해요.
아니, 꼭 술을 마셔야 한다기보다...( ̄ー ̄;
같이 마시면 즐겁기야 하지만 꼭 무리해서 마시지 않아도...
아니요. 마실 거예요.
억지로 마시라는 게 아닌데 ( ̄O ̄) 내 말은 무슨 뜻이냐 하면,
난 네가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같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서로 얘기도 하기 쉽고...
마실 거예요!
같이 마시는 사람이 더 좋잖아요?
그야 뭐, 혼자 마시는 거 보다야 좋지.
그러니까 마실 거예요.
이럴 땐 완전 고집불통...Σ/( ̄□ ̄)/
아마도 후쿠오카에서 혼자 술을 마시게 한 게 미안했던 것일까요?
그래 마셔라 마셔. ( ̄▽ ̄)
그리고 cielo는 손잡는 거 싫어해요?
싫어하는 건 아닌데, 때와 장소에 따라겠지.
근데 왜?
캐널시티 가기 전에 손잡았는데,
손을 빼면서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서요.
손잡고 싶었는데, 사람들 눈도 신경 쓰이고 조금 위화감을 느낀 것 같아.
사실 한국에서 여자끼리 손잡고 팔짱도 끼고 다녀서 아무렇지 않은 일인데,
막상 친구가 아닌 애인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꺼리게 됐나 봐.
그랬구나... 난 또 내가 싫어졌나 하고 자신감이 없어졌었어요.
손잡는 거 싫으면 안 잡을게요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닌데... 미안.
sereno는 어떤데? 괜찮아?
전 cielo랑 손잡고 걸어 다니고 싶어요.
그리고 집 근처나 회사 사람이 있는 곳만 아니라면 어디서든 상관없고요.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작은 행동이 그녀를 서운하게 했나 봐요.
그래. 알았어.
손잡고 싶을 땐 언제든 잡아도 돼.
근데, 노래방에선 왜 그런 거야?
사실, 저 노래방 안 좋아해요. 아니 노래방 자체를 안 가요 ( ̄□ ̄;
음치인 데다가 재미도 없고...
헉, 그럼 말을 하지.
다음부터는 꼭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실히 말해. 알았지?
네, 그리고 마법에 걸려서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았던 것도 있고
맞다, 그랬었다. 왜 눈치 채지 못했지? 그렇게 둔한 사람 아닌데...(ㅠ_ㅠ)
그런 건 딱 한마디만 하면 같은 여자니까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을...
cielo가 일본까지 만나러 와 주었는데 아프다고 아무 데도 못 가고 그런 게 싫어요.
그리고 머리도 이상하게 잘라서 아무하고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녀의 망친 바가지 머리는 정말로 정말로 이상했거든요( ̄^ ̄) 루미코상의 걸작,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볼륨감과 바보스러움 (미안-_-a) '그녀와 맞지 않는다'의 30퍼센트 정도는 바가지 머리의 영향이었는지도...ㆀ 그런 그녀가 제 친구까지 만났으니 아마도 엄청난 스트레스였겠죠.
그녀와 저는 후쿠오카에서 너무나도 대화가 부족했나 봅니다. 서로를 생각한다는 게 반대로 독이 됐고, 짧게나마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오해도 없었을 테고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그녀의 말처럼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건 그렇고 나보다 젊은 애가 노래방을 안 간다니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 Σ( ̄□||||
그렇게 며칠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했고 전보다 더 가까워진 느낌으로 솔직하게, 숨김없이, 대화를 통해 맞춰가자고 약속했답니다.
2007년은 저물어 2008년의 새해가 뜨고,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을 받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잘 부탁해용~♥
챠기~ 나 서울행 티켓 예약했어요!
정말?! 언제 언제?
2월!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2달 후에 그녀가 서울에 옵니다!
야호!!!
기록 : 이 글은 2009년 3월 8일 22시 55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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