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몰라 몰라. 될 대로 돼라.
짜증이 났던 저는 그대로 꿈나라로...
얼마나 지났을까?
"흑흑흑..."
"응? 뭐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 보니, 그녀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떨구며 보지 말라는 그녀.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 날짜는 12월 24일로 바뀌어 있었어요. 전 그녀가 왜 우는지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알 수 있었거든요.
울지 마. 금방 또 보면 되지.
그냥... 하루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서요...
남은 하루 재밌게 보내자. 응?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고 괜찮다고 다독여줬어요. 저는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아침이 밝아 우리의 마지막 하루가 시작됐어요. 잠에서 깬 그녀에게 "지금 목욕할 건데 같이 할래?"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고요(ノ_・。)(ノ_・。) 풉, 여자끼린데 뭐 어떻다구 ̄∀ ̄*)혼자 목욕을 마치고 나와 바스로브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그녀가 다가와 상자를 내밀며...
생일 선물이에요.
진작 줬어야 하는데 늦어서 미안해요.
잠깐, 이런 차림으로 받아도 되나?
괜찮아요. 괜찮아요.
고마워, 풀어봐도 되지?
상자를 열어보니 예쁜 반지가 빛나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또 다른 상자를 하나 내밀며,
오늘 24일이었죠? 메리 크리스마스
열어보니 반지와 같은 브랜드의 목걸이가 들어 있었어요. 그녀는 반지와 목걸이를 채워주며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요.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한 목걸이를 그녀에 목에 걸어주었죠.
소중하게 간직할게. 고마워.
저두 소중히 할게요.(*´∀`*)
속옷 차림의 선물교환을 끝마치고 준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우선 호텔 근처에서 간단히 브런치를 해결하고 캐널시티까지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거 같아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중간에 스미요시 신사(住吉神社)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느낌이 나서 정말 귀신이라도 나올 것만 같았어요. 한쪽 구석에선 무서울 정도로 조용히 결혼식도 하고 있었고...ㆀ 오싹오싹.
또 절에도 들어 가보고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캐널시티에 도착! 길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이곳에 와서야 겨우 느낄 수가 있었어요.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커플! 커플! 커플! 천장에서 인공 눈도 가끔 뿌려주고, 캐널시티의 유명한 분수도 이리저리 춤을 추고...
우리는 분수 앞 피아노 연주를 하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한참을 술을 마시며 이야기했어요. 그녀는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어제보다도 어두운 표정. 아~ 이러면 안 되겠단 생각에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어제 못 먹은 스시를 먹으러 가기로 했지요. 캐널시티에서 쇼핑도 하고 싶었는데 여기저기 못 둘러본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뭐, 어쨌든!
택시를 타고 점찍어둔 야마나카(やま中) 본점에 들어서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야마나카
예약하신 손님이십니까?
아니요. 예약하지 않았는데요.
손님 죄송합니다. 만석이라서...
만석?!Σ/( ̄□ ̄)/ 헐... 어제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스시랑 원수라도 진 것인지 원...(≧□≦ )
손님, 분점이 괜찮으시다면 예약 넣어 드리겠습니다.
휴~ 다행이다(≧▽≦ 분점이라도 가자! 서둘러 뉴오타니 호텔로 이동. 염원(?)하던 초밥을 먹게 돼서 그런지 그녀와 저는 오래간만에 밝은 분위기로 얘기할 수 있었어요. 점원 언니에게 각 지방에 술을 추천받아 이것저것 마시니 알딸딸하더군요. 초밥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점원의 상냥한 대응과 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센스가 아주 좋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집이더군요.
친구 M짱(첫날 잠깐 나왔던...)과 7시에 만날 약속이 있어 서둘러 텐진으로 이동했어요. 그녀와 M짱은 첫 대면이라서 제가 더 긴장되더라고요. 물론, M짱은 그녀와 저의 관계를 '그냥 친구'로만 알고 있었답니다. M짱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곳은 후쿠오카의 명물 모츠나베(モツ鍋)집.
하지만 스시를 배 터질 정도로 먹고 온 터라 모츠나베는 별로 먹지 못했어요 ...랄까, 저는 곱창류를 못 먹는 답니다. 막창도 순대도 닭발도(。・ε ・。) 2차로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하고 3차로 노래방을 갔지요. 그녀는 텐션이 급다운 됐는지 친구 M짱이 권해도 권해도 무안할 정도로 노래는 한 곡도 안 부르고 구석에 앉아 약간 무례하다 싶을 정도의 자세로 있는 거예요. 급기야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군요.
그녀의 행동이 너무너무 화가 났어요. 왜냐하면 M짱에게 그녀와 저의 관계를 말하려고 했었거든요.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많이 의지 되는 친구여서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친구가 묻더라고요.
친구M
sereno짱 왜 그래?
글쎄...
혹시 나 만나기 싫었던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럴 거야.
음, 그런가? 걱정돼서...
아악... 친구한테 정말 면목없었습니다 (ㅠ_ㅠ) 이런 상황에서 친구에게 말을 꺼낼 수도 없었고요. 술만 술술 들어가더군요. 요상망직한 분위기로 마친 노래방. 친구M짱의 남편이 멋진 스포츠카로 호텔까지 데려다줘서 편하게 왔지만, 스포츠카... 뒷좌석은 정말 뷁!
방에 들어오니 2시간 넘은 시간... 피곤함에 쩔은 그녀와 저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정말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잘게.
그녀는 저를 빤히 바라보다 꼭 껴안더니,
cielo... 정말 나 좋아하나요?
응...
정말?
응...
갑자기 몸을 일으켜 키스하려는 그녀...
오늘은 피곤해. 그냥 자고 싶어.
그녀와 마주하고 있는 게 마음에 내키지 않았어요. 그녀를 외면한 채 등을 돌렸죠.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제발 등 돌리고 자지 마"라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이죠.
기록 : 이 글은 2009년 3월 1일 22시 00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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