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목욕해요~
막상 같이 목욕하려니까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녀도 저도 뻘쭘한 웃음만 교환한 채 누가 먼저 옷을 벗고 들어갈 것인가 묘한 신경전이 펼쳐졌어요.
먼저 들어가지 그래?
먼저 들어가세요~
이럴 때 말을 잘 들어주면 좋으련만... 그녀에게 다가가 살며시 상의를 벗기니 무슨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녀도 저의 옷을 홀딱 벗기더군요(...) 그녀는 춥다며 욕실로 뛰어 들어갔고 따뜻하게 받아놓은 욕조에 사이좋게 입욕 스타트~! (〃▽〃)
반신욕을 하며 식은 몸을 녹이니 덩달아 마음까지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어떤 자세로 있어도 에로틱한 그녀의 모습. 부끄러움에 물도 한번 튀겨보고, 손도 잡아보고,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어색함도 사라지더군요.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밀착하여 갖가지 애정표현을 했어요. 촉촉이 젖은 머릿결과 부드러운 살결이 왠지 섹시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 손이 안 가는 등도 씻어주고 마사지도 해주고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목욕을 하는 게 이렇게 기분이 좋을 줄이야~ 행복함이란 이런 거구나. 그냥 작은 일상들... 긴 입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맥주 한 캔을 홀짝홀짝 마시며
아직 안 졸리지? 심심한데 퍼즐 맞추기나 할까?
퍼즐 가지고 왔어요? 해요 해요~
퍼즐 조각을 바닥에 후드득 떨어뜨려 손으로 몇 번 휘휘 젓고, 마구 뒤섞인 조각을 열중하여 맞추기 시작했어요. "그건 거기가 아니지~", "제가 더 잘 맞추는 거 같은데요?" 라며 티격태격.
설마 다 맞췄을 때쯤 한 조각이 비는 건 아니겠죠?
아냐, 한번 맞추고 봉인해놨던 거라 다 있어~
하지만 정말 거의 다 맞춰 조각이 몇 개 안 남았을 때쯤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인생은 미완성~♪ 퍼즐도 미완성~(-_-;;)
갑자기 허무해진 그녀와 저는 후다닥 퍼즐을 분해해 케이스에 넣고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점으로 냉면이 결정되었어요. 원래 차가운 냉면은 겨울에 먹는 음식이고 뜨거운 삼계탕은 여름에 먹는 음식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그녀의 뇌는 정지상태(...) 이열치열 이한치한, 한국사람이 아니면 어찌 알겠느뇨... 하지만 뭐 저 역시 이열치한 이한치열 파이긴 해요. ㅎㅎ
평택에 있는 본점에서 백발 할아버지가 만들어주는 평양식 냉면은 너무도 맛있어서 단골이었는데 분점은 그에 못 미치긴 했어요. 본점도 얼마 전부터 아들이 경영해서 막장을 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물냉면과 비빔냉면 중에 어떤 것을 시킬까 고민하는 그녀. 물냉이냐 비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결국, 물냉면 2개와 비빔냉면 1개를 시켰습니다.
그녀는 소식가에 많이 먹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어 웬만큼 맛만 본 후 다음 갈 곳을 정했어요. 가이드북을 꺼내 샬라 샬라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으니 종업원 아주머니가 신기한 듯 기웃기웃 그녀와 저의 동태를 살피더군요. 그러면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일본어로 말을 슬쩍 걸어오는 데 한번 걸리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아줌마의 마수... Σ/( ̄□ ̄)/ 바람처럼 가게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경복궁으로 향했죠. 토요일이라 길이 얼마나 막히던지, 도착하기 전에 지쳐버린 느낌. 그녀도 저도 즈~질 체력이라...( ̄□ ̄;
추운 날씨에도 보초를 서며 고생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안쓰럽게 보이던지... 게다가 겨울이라 푸름이 없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지더군요(역시 겨울 이외의 계절이 좋네요) 안으로 들어가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가이드와 함께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훔쳐 들으며 졸졸 따라다녔더니 또 힘들어요. 이놈에 즈~질 체력(ノ_ㅠ。)
어둑어둑해져 옆에 있는 국립 고궁박물관을 둘러보고 S씨(3살 연상)에게 전화를 했더니, 밥을 사주겠다며 목동으로 오라는 거예요. 우선 S씨의 집으로 갔죠. 차를 대접받고 쿠야(강아지)랑 잠깐 놀다가 밖으로 나왔죠.
그런데 갑자기 S씨가 볼일이 있다며 현대백화점으로 쏙 들어가더니 능숙한 몸놀림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휙휙 피해 매장에 고장 난 시계를 맡기고, 또 잽싸게 움직여 다른 매장의 직원과 수다를 떨더니 또 누군가와 인사를 하고... 아무튼 그녀와 저를 불러놓고 자기 볼일 보러 다니는 게 처음부터 심상치가 않았어요( ̄ー ̄;
그리고는 우리의 의향은 신경도 안 쓴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삼겹살집으로 직행해 주시는 S씨. 뭐랄까요, 반론할 시간도 없이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언제나 그 페이스에 말려버리는...ㆀ 더군다나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하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의 의견 따윈 중요하지 않은 그런 성격이랍니다(...)
뭐, 어찌 됐든 거의 달인급 수준으로 삼겹살을 구워주시는 상냥한 S씨는 그녀를 보고 "너무 귀엽다~(*´∀`*) 한눈에 봐도 일본 사람처럼 생겼다"라고 외모에 대해 총평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고, 그녀는 S씨의 수다스럽고 넘치는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
처음 S씨에게 그와 헤어지고 그녀와 사귀게 됐다고 말했을 때는 저 보러 미쳤다고 정신 나갔다고 다그치더니 막상 만나서는 "너네 너무 잘 어울린다"며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서비스 멘트까지 팍팍 날려주셨지요.
셋이서 술을 4병 정도 마셨는데, 그녀도 술고래 S씨도 웬일로 눈이 살짝 풀린 게 불안 불안해 보였어요. 취기도 올라왔겠다 그녀들은 슬슬 따로국밥으로 놀기 시작합니다(...)
S씨는 한국어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를 섞어가며 재잘재잘거리고(통제불능), 그녀는 계속 S씨의 말을 듣고 있다가 한없이 이어지는 스토리에 끝내 집중력을 상실 ̄∀ ̄*) 어수선한 틈을 타서 곁들이로 나온 계란찜과 된장찌개를 발견하곤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기 시작했지요.(ノ_・。)
그녀의 먹는 모습은 그냥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닌 것처럼 보였어요. 탈출구를 찾는 듯 무엇엔가 꽂혀 있는 눈빛. 누가 듣거나 말거나 지껄이는 S씨와 얘기하거나 말거나 혼신을 다해 먹는 그녀. 하,, 뭥미?( ̄▽ ̄)。o O
그리고 사건이 계속 터집니다.
기록 : 이 글은 2009년 3월 15일 23시 17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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