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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당신의 친구가 커밍아웃 한다면?

by cielosereno 2020. 6. 19.

 

(좌) cielo, (우) sereno

 

 

 

 

여러분은 친구가 만약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습니까?

 


처음에 그녀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과연 "나는 커밍아웃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저와 매일같이 만나고 매일같이 연락하는 사이(그런 사람도 없지만-_-)가 아니라면 전 남자 친구와의 헤어짐, 그리고 연이은 그녀와의 만남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 자체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커밍아웃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게다가 전 남친 이 꽤나 귀엽게 생긴 얼굴이라 친구들이 레알 좋아했었습니다. (본인들이 데리고 살 것도 아니면서 왜 좋아하는지...-ㅁ-)

 

하지만, 인간은 공생의 동물이자 자랑질과 염장질을 본능적으로 뇌에 탑재하고 있는 동물이 아니겠습니까. 귀차니즘을 이겨내면서까지 그녀와 알콩달콩 지내는 일상을 누군가에게 전파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그녀와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기회가 될 때면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한곤 했죠.

 

 

 

 

 


친구(지인)들의 반응은 각양각색

 


■텔미와이형

닥치는 대로 묻습니다.

동성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냐, 너 원래 그랬냐, 그럼 T군은 어떻게 했냐, 어떻게 만났냐, 누가 어떤 역할이냐, 너의 어디가 좋대냐, 할 때 어떻게 하냐(…) 등등, 특히 역할(?)에 대해서 묻는 이들이 많은데, 이럴 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휴...ㆀ

동성끼리 사귀면서 굳이 누가 여자(역), 남자(역) 이렇게 나눠야 하나요?

 


■무덤덤형
"여학교 다녀본 애들은 다 아는데, 선배 언니 좋아하고 그랬던 거 다 동성애의 일종 아니냐?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성애의 성향이 있다고 봐. 특히 여자는 더 그렇고"...라고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 말하는 언니가 있었더랬죠. 전 나름 긴장했었는데(^_^;)ㅋㅋ 빨리 동성커플이 특별취급(?) 받지 않는 세상이 도래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무게감 제로형
저에게 그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男)에게, 자기가 2년만 있으면 자리 잡으니까 그때 동안만 그녀랑 놀다가 2년 후에 자기한테 오라는 고백 같지도 않은 싸구려 고백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순간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녀를 무시하는 친구의 말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싸워봤자 시간낭비라 생각해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너랑 나랑은 변함없이 밥 먹고 얘기하는 여자 사람, 남자 사람 사이"라고 얘기하고 끝냈습니다.

친구는 "여자끼리 무슨 애인이야, 친구지 친구"라고 했는데,
.
.
.
친구끼리 뽀뽀하고 그러는 거군요.
네, 그런 거군요┓( ̄∇ ̄;)┏
 


■역적몰이형
저를 볼 때마다 '소개팅 한 번만! 친구 소개해줘~"라고 노래를 부르던 친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저를 아주 역적 취급합니다. 세상에 남자는 많고 여자는 적은데, 왜 너까지 나서서 한 명 줄이냐고 역정을 내곤 하죠.

… ( ´∀`)껄껄껄, 그냥 웃지요.

 


■자기 심취형
"야, 내가 편견이 없어서 그렇지 나 같은 친구가 있는 게 다행인 줄 알아~!"
무슨 저에게 천군만마라도 안겨줬다는 듯이 항상 동성애인이 있다는 걸 세상에서 자신만이 이해하고 알아준다는 듯한 말투의 녀석이 있는데, 사실 이해한다는 사람 중에 녀석처럼 의심스러운 사람이 없습니다( ̄∩ ̄# 

게다가 한마디 더 덧붙이기도 하죠.
"결혼은 이성이랑 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동성애자가 많아지면 이 세상은 멸망한다"
.
.
.
신종 호모포비아Σ ( ̄□||||

 


■새대가리 또는 지능형?
개인적으로 가장 곤란한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사귀는 사람이 여자라고 말을 했는데, 어느 날 '오빠'는 잘 있냐고 물어봅니다. 처음에는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니 '그녀'를 가칭 '오빠'라고 부르나 생각했는데, 자꾸 몇 번이나 그렇게 말해서,

 

"오빠가 아니고 여자 친구인데…(게다가 연하이고 퍽!)"라고 하니 그때서야 "아, 맞다! 그랬었지~"라고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을 해요. 그리고 일본에 간다고 하면 척하고 알아 들어야 하는데, "왜? 일본에 관광으로 가는 거야? "친구 만나러 가?" "맨날 일본 가" 등 엉뚱한 소리 남발…Σ/ ( ̄□ ̄) /

게다가 가끔씩 저에게 애인이 있는 것조차 까먹은 것인지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적극적으로 나오질 않나, 결혼해서 애 낳으면 교육을 스파르타로 시킬 것 같다는 둥, 정말 지우개를 씹어 드신 건지, 얼마나 씹어 드셨길래 맨날 이러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ノД`)・°・ 이런 일이 지속되다 보니 지능형으로 보이기까지 하네요...




또, 역으로 커밍아웃하는 사람도 한 명 있었고 정말 이런저런 반응이 있었는데, 커밍아웃을 할 땐 언제나 긴장되고 떨립니다.

 

 

 

기록 : 이 글은 2011년 5월 23일 20시 37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2020-06-19 추기 :

요즘은 여러 매체를 통해 LGBT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예전보다는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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