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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 [cielo/그녀 이야기] - 쿠마모토 아소산, 시라카와 : 미야자키 (11)
쿠마모토 아소산, 시라카와 : 미야자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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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했던 간장 아저씨를 끝으로 즐거운 가족여행을 마치고 다시 미야자키로 돌아왔습니다. 피곤함에 쩔어 있던 우리는 피로를 풀기 위해 집 근처 온천에 갔답니다. 그녀가 말하길, 온천인지 아닌지 정말 의심스럽지만, 바다가 보여서 분위기는 괜찮다고 하더군요.
탕에 들어가니 전면이 유리로 돼 있어서 몸을 풀면서 확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 하지만, 정말 온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보통의 물이었죠( ̄ー ̄; 목욕을 마치고 서둘러 나왔지만, 성격 급하신 아버님은 이미 한참을 기다리신 듯...ㆀ
동성커플이라 좋다고 느낄 때가 바로 온천이나 목욕탕을 갈 때인 거 같습니다. 언제나 같이 있을 수 있고, 이성 커플이면 각각 따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여자와 남자의 목욕시간이 차이가 나서 한 사람이 서두르거나, 아니면 한사람이 지루하게 기다리거나 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죠.
아무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코부쿠로 CD가 돌아가고 있었고, 운전을 하시던 아버님이 룸밀러로 뒷좌석에 있는 저를 쳐다보시더니 한마디 건네셨죠.
아버님
cielo짱도 내일모레면 미야자키 여행도 끝이겠네.
cielo
네...
벌써부터 쓸쓸하구나.
언제든 다시 놀러 오너라.
갑자기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았지만, 꾹꾹 참고 있었는데, 때마침 흘러나오는 이 노래.
あなたへと続く道 通い慣れた歩道に 어디까지든 어디까지든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歩くよ 二人 この道を 가사 출처 : 지음아이 |
아이타쿠테~♪ 아이타쿠테~♪에 너무 몰입했는지 참고 있던 눈물이 순간 왈칵 쏟아지더군요. °・( ノД ; )・°・그녀에게 안 보이도록 창밖의 풍경만 응시하며 주룩주룩 눈물만 흘리고 있는데, 그녀가 제 손을 꽉 잡고 다독여 주었어요. 그녀도 제 마음과 같았나 봅니다.
실컷 울고 나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씩~ 웃음을 띄어 보이니 그녀도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이 더 아프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그녀는 눈물을 참거나, 혹은 울면 주정뱅이처럼 코가 빨개지거든요.
코부쿠로 녀석들...
뭐야 눈물만 쏙 빼놓고...
흑흑... (;_;)
어머님, 아버님이 눈치채셨는지 모르지만, 혹시 손잡고 울고 있는 그녀와 저를 봤다면, 완전 쇼한다고 생각하셨을 듯...(≧▽≦;
13일째,
모두 출근한 텅 빈 집. 그녀와의 이별이 다가왔단 생각에 의욕도 없고 기운도 없고, 몸 상태는 최악에 뭔가 꽉 막힌 듯이 가슴만 답답하더군요. 이렇게 며칠 전부터 열병을 앓지 않으면 그녀와 헤어지기가 쉽지 않아요.
낮시간은 송장처럼 누워 지내다 저녁이 돼서 어머니 직장 동료와 술자리가 있어서 사쿠라라는 이자카야에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카고시마 출신의 미남 3인방이 하는 곳이라 자주 애용한다나 뭐라나.
도착하니 8명 정도의 아줌마들이 모여 앉아 있더군요. 외국사람이 온 게 신기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이 쇄도했어요.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는데, 사실 컨디션 난조로 대답하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ノ_・。) 하지만, 술과 안주가 나오기 시작하니 음식에 집중하는 아줌마들. 역시, 무섭습니다. 그중, 오늘의 하이라이트 안주!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다는...
낫. 토. 샐. 러. 드.!!!!
저에겐 낫토에 관한 엄청난 일화가 있어요... 2003년, 도쿄에 놀러 가 일본 친구와 디즈니씨에 놀러 가기로 약속을 했었죠. 놀러 가는 당일 아침, 둘 다 너무 배가 고파서 우선 출발하기 전에 간단히 뭐라도 먹을까 하고 음식점을 찾아보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거의 문이 닫힌 상태.
제가 묵고 있던 가부키쵸 프린스호텔 건너편에 유일하게 영업을 하고 있던 '낫토 정식'집을 발견했죠. 배고픔에 낫토 정식이란 간판이 한없이 빛나 보이더군요. 전 그때까지 낫토를 먹어본 적도 없었고,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배는 고프고 전 메뉴 낫토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전해봤답니다.
젓가락을 휘휘 돌려가며 먹는 게 재밌기는 한데, 한입 먹으니 벌써부터 거부반응이...
Σ( ̄□|||| 친구가 옆에서 너무 맛있게 먹고 있어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할 수도 없고 참고 거의 반 정도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친구 모르게 우웩 우웩~ 토를 연거푸 2번을 했죠(-_-;) 그리고 디즈니씨로 출발(;;)
빈속에 맥주를 마시고 놀이기구를 탔더니 왠지 모르게 속에서 낫토의 역겨운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한 거북한 느낌. 냅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다시 토를 했는데, 씹지 않고 그냥 꾹꾹 삼킨 탓에 동글동글 낫토 잔해물들이 적나라하게 나오더군요Σ(゚∀゚* ) 그걸 보고 다시 우웩 우웩. 즐겁게 디즈니 씨에 가는 날, 오바이트로 시작해 오바이트로 끝난 하루였죠. 그리고 3년 후, 삿포로 호텔에서 조식으로 낫토가 나왔는데, 이젠 괜찮겠지 생각하며 한입 먹고 또 한 번 거품 물고 쓰러진 적이 있다죠(...)
전 그 이후로 낫토는 입에 대지도 않았고, 싫어하는 음식 1순위에 언제나 낫토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게 됐었죠. 그녀도 제가 낫토를 못 먹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낫토 얘기만 나오면 "일주일이나 빨지 않는 양말 냄새"라며 "낫토 먹고 뽀뽀 금지"를 줄기차게 외쳤었거든요. 특정 음식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고, 죽어도 먹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나 할까...
맛있다고 먹는 모두들 사이에 끼어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한 아주머니께서,
아줌마1
어머 cielo짱, 왜 안 먹어?
저, 낫토 못 먹어요.
입안에서 미끌거리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줌마2
어머, cielo짱 나랑 똑같네.
나도 미끌미끌 한 건 딱 질색이야.
그래서 낫토를 못 먹는 아줌마 2랑 저는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샐러드를 시켜서 먹기 시작했죠. 그러다 낫토 샐러드란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그녀를 툭툭 치며 말했죠.
맛있어?
응, 맛있어요~ 한번 먹어볼래요?
한번 먹어볼까?
딱~ 한알만 줘봐.
그녀에게 건네받은 한 알을 먹을까 말까 들어 오렸다 내려놨다 반복하길 수십 차례(이런 걸 한마디로 오두깝질이라고 하나요? ㅋㅋ) 결국은 포기하고 그녀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죠.
역시 내가 한 말이 생각나서 도저히 못 먹겠어.
윽, 또 생각났다.
그럼 저까지 못 먹잖아요. ㅠㅠ
오늘 낫토 먹었으니까 뽀뽀 금지다.
싫어~ 할 거야~~
이러고 떠들고 있는 게 그녀가 갑자기 아줌마들한테 큰소리로 "cielo가 낫토는 일주일이나 안 빨은 양말냄새 같대요~"라고 동네방네 떠들지 뭡니까!!! 순간 조용해진 아줌마들...
야... 내가 너한테만 농담한 걸 가지고...(ㅠ_ㅠ)
야~ 다들 맛있게 먹는데 그걸 말하면 어떡해.
너 때문에 공공의 적이 됐잖아!!Ψ( ` ◇ ´ )Ψ
빨리 뽀뽀 금지 풀어요.
네네~ 알겠사옵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바람도 쏠 겸 담배를 피우러 가게 밖으로 나가니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더군요. 어두컴컴한 대다 비까지 와서 인적이 거의 끊긴 상태. 저를 쫓아 나온 그녀가 제 볼에 살짝 뽀뽀를 하더군요.
전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입술에 키스했죠.
멀리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건물 뒤 골목길로 가서 살짝 애정행각을...♥ 빗속에서의 애정행각, 매력 있더군요. 역시 스릴 있습니다!!!
기록 : 이 글은 2009년 6월 25일 20시 31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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