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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 [cielo/그녀 이야기] - 벳푸 지옥 순례 : 미야자키 (10)
벳푸 지옥 순례 : 미야자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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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째,
골든위크가 끝나고, 가족들은 모두 출근한 상태. 카브와 집을 지키다가 점심시간에 돌아오신 아버님과 걸쭉하게 술 한잔 하고, 6시가 다 되어 돌아온 그녀와 함께 그녀의 단골 카페의 '차이를 마시는 모임'이란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차이는 맛있었는데, 차이를 마시기 전에 대량의 녹차를 마셔서(-_-;;) 차이를 충분히 즐길 수 없었던 것이 오점으로 남는군요.
제가 없는 그녀의 일상은 어떤 것인지, 어디를 가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재밌고 흐믓하더군요. 카페에는 그녀와 저를 응원해 주시는 그녀의 회사 선배를 직접 만날 수 있었는데, 얘기할 기회는 별로 없어서 한없이 아쉽기만 했어요.
그리고 손님 중에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인 동성을 짝사랑 하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어김없이 그녀와 저의 게이더에 포착 되었죠.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았는데, 그저 가슴이 미어질 뿐... (이 이야기는 기회게 되면 별도로 포스팅을...)
12일째,
오늘은 그녀의 가족과 나들이 가는 날. 원래 제가 미야자키에 간다고 했을 때 아버님께서 저를 데리고 둘이 아소산에 간다고 했었는데, 그녀는 절대 둘이 가는 건 싫다고 하여 3명이 되었고 어머님도 휴가를 내서 같이 가기로 하여 가족여행이 되었죠.
쿠마모토를 향해 고고~ 피곤함에 쩔은 그녀와 저는 뒷좌석에서 쿨쿨 잠을 자다 일어나니 잠깐 휴식을 한다며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아버님이 길을 잘못 들어선 모양.
덕분에 넓은 초원에서 아기염소들이 뛰어노는 평화로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죠. 만져보려고 했지만 어미 염소가 뿔이 세우고 째려봐서 살짝 겁이 났습니다(-_-;;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쿠마모토 아소산을 행해 속력을 냈죠.
아버님
아, 그래. 여기였어.
이쪽으로 가면 지름길이야. 당신도 알지?
어머님
난 처음 보는 길인데...
저번에 같이 왔었잖아.
기억이 없는데 누구랑 왔을까...? (╬Ò‸Ó)
티격태격~ 티격태격~ 역시 어느 집이나 똑같군요. 그녀와 저는 '다른 사람이랑 왔다' 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지만...ㅋㅋ ( ̄ー ̄;
산을 굽이굽이 올라감에 따라 나무 한 그루 없고 푸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민둥산이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목적지인 阿蘇五岳(아소오악), 약칭으로 阿蘇山(아소산) 이라 불리는 활화산은 일본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등산을 하러 간 게 아니므로 오악 중 아직도 활발한 화산 활동을 하고 있는 中岳(나카다케)로 바로 갔습니다. 세계 제일의 화구라고 쓰여 있는데, 정말로 아소산은 세계 최대급 칼데라로 유명하더라고요. 그리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화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요.
날씨가 흐리거나, 분연이 심하거나, 유독가스가 심할 때는 위험이라는 빨간 램프가 켜져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어서 분화구를 볼 수 있는 확률이 20~30%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저희가 갔던 날은 운 좋게도 분화구를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었어요. 럭키럭키~゚+。:.゚ヽ(* ´∀`)ノ゚.:。+゚
사실 내색은 안 했지만, 분화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쾌쾌한 유독가스 냄새도 잊을 만큼 멋진 자연경관에 소름이 끼쳤죠. 인간은 대자연 앞에 작고 약할 뿐... 분화구에 빠지는 상상을 하며 몸을 부르르 떨어보기도 하고(-_-;;)
기념사진 찍고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성격 급하신 아버님은 어머니를 데리고 이미 내려가고 계셨...ㆀ
게다가 그녀와 어머님이 집에서 나올 때부터 줄곧 "가죽 베레모 덥지 않느냐"라고 물었지만, 살짝쿵 무시하고 꿋꿋하게 쓰고 나오신 아버님. 이것이 바로 아버님의 빠숀 스타일!!ーヾ(  ̄▽)ゞ 저도 여름에 니트 모자를 쓰거나 남들이 보기에 답답해 보이는 스타일도 꽤 좋아하긴 하지만...ㅎㅎㅎ
잠깐 도로에 주차해놓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죠. 아버님은 그녀의 카메라를 가지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쌀을 쌓아 만든 무덤 같다고 하여 쌀 무덤산이라고 이름 붙여진 米塚山(코메즈카야마↓)를 배경으로 담배 한모금을 쪽~ 빨아들이기도 하고(아버님 스페셜?!)
광대한 초원인 草千里(쿠사센리)는 5월이어서 초록색을 띄고 있었는데, 다른 계절도 운치 있고 좋다고 하네요. 아소산을 뒤로하고 점심식사 후 그녀와 저는 차 안에서 또 곯아떨어지고 말았죠. 그리고 눈을 떠보니 白川水源(시라카와 스이겐)이라는 곳에 도착해 있었죠.
쿠마모토를 대표하는 명수(名水)라 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물을 보니 정말로 맑고 깨끗한 게 마음마저 정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이곳이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정말 투명하지 않습니까? 바닥에서 물이 보글보글 올라와 모레가 마치 눈처럼 춤추듯 흩날려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점에서는 이곳에 물을 담아갈 수 있도록 페트병을 팔기도...
그냥 손이나 적셔보고 그녀에게 물이 튀기며 장난도 쳐보고, 천천히 둘러보았죠. 이곳에도 어김없이 신사가 있더군요. 사람이 모인다 싶은 곳은 십중팔구 신사가 있고, 이곳에 누가 오나 싶은 곳도 신사가 있으니, 어딜 가나 신사 신사 신사!
아무 의미도 없을법한 돌 위에 새끼줄 꼬아 장식하고 그 옆에 미니 鳥居(토리이)를 만들어 賽銭箱(새전함)을 설치해놓았으니, 이 또한 대단하다면 대단합니다. 정말 일본 열도에 아니 신성한 곳이 없으리오. 이 정도 되면 코파기 신사, 딸꾹질 신사 같은 것도 있을 법한데...(-_-a)
아버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녀와 저, 그리고 어머님은 시라카와스이젠 안에 있는 어느 한 가게에 앞을 지나게 됐습니다. 뭐 살 거라도 있나 둘러보고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아저씨가 안 사도 좋으니 들어와 두부 맛이라도 보라는 게 아닙니까. 상당히 무서운 말투였죠.
우리 셋은 괜찮을까? 하는 눈빛을 교환한 채 어쩌다가 테이블에 앉게 되었지요. 아저씨 마수에 걸린 순간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속히 작은 그릇에 두부를 가지고 와서 한번 먹어보라고 권하더군요.
두부는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먹으면 또 내오고 먹으면 또 내오는 아저씨( ̄◇ ̄;) 아, 뭔가 수상쩍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있었기에 최소한의 예의 정도로 맥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두부. 꽤 괜찮더군요. 두부가 떨어지자 부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아주머니께 '저쪽 테이블에 두부 가져다 드려!'라고 너무 강압적인 말투로 말해 급 긴장하게 되더군요. 나름 험악한 분위기에서 어머님은 아저씨를 향해 이렇게 말했어요.
어머, 두부가 참 맛있어요(^_^) 방긋~
그러자, 갑자기 엄청 신경질을 내면서 하는 말.
아저씨
여긴 간장 집이라고!
어머님, sereno, cielo
(゜Д゜;≡;゜Д゜) 가... 간장
갑자기 화들짝 놀라 할 말이 없어진 우리 셋. 상냥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주인아저씨는 손님이 술을 먹어도 다른 걸 사도 기뻐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간장을 사야 기뻐하는 듯. 손님을 손님 대접하지 않는 곳은 일본에서 처음 봤기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죠.
두부가 맛있다고 두부를 파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안 팔아!!! 간장만 팔아!!!!
그리고 아저씨는 간장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세일즈도 함께요.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이 가게에서 파는 건 서비스 차원이지.
"아저씨, 그런데 왜 그렇게 강압적이신가요. 서비스 차원이라며..!!! 버럭!!!"
아무튼 그 상황이 너무 웃겼죠. 우리 셋은 아저씨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키득거리며 나갈 타이밍을 재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운전 때문에, 그녀는 원래 맥주를 마시지 않아서 저 혼자 빨리 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단숨에 한 병을 들이켰더니 거품 물고 쓰러기지 일보직전.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아버님이 가게를 향해 오시지 뭡니까. 필사적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사인을 했어요. 하지만, 발을 들이고 마신 아버님...(ノ_・。)
아버님
벌써 한병 마신 거야?
아저씨~ 여기 맥주 한 병이요.
어머님, sereno, cielo
두둥~(-_-;;)
그리고 다시 두부가 앞앞이 배달됐다죠(...)
이곳은 무한 리필!! 그리고 무한 반복이다!!!!!
이 글은 2009년 6월 35 16시 40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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