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의 서울 일정을 마치고 그녀가 일본으로 떠나갔습니다. 단 닷새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는데 왜 이렇게 허전할까요. 집에 돌아오니 내 사랑 모모가 서글피 하울링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 너만 내 마음을 아는구나... 나도 너처럼 목놓아 울고 싶다(ㅜ_ㅜ)"
다시 원거리연애로 돌아온 그녀와 저는 변함없이 메신저와 메일, 전화를 통해 매일 밤 이야기꽃을 피웠고 그럴수록 외로움은 더 커져만 갔어요. 하지만, 매일같이 얘기를 하다 보면 이야깃거리가 바닥나기 마련. 다시 만날 그날까지 외로움을 견뎌낼 만한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죠.
아, 그래. 우리 한국어 공부하자!
"챠기~" 이런 거요?
그래그래. 그런 거...(〃▽〃)
그녀는 '사란헤'와 '챠기'를 필두로 여러 가지 단어를 외워갑니다.
챠기~ 츄~는 뭐야?
뽀뽀~
뽑포~♥
오오오~ 잘하는데~
챠기~ 사란헤 뽑포~
챠기 쥬세요~(ノ∀`♥)
넌 천재야!
그녀는 순식간에 한 문장을 만들어버리더군요. 또 통화하면서 가끔 쓰는 한국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어요. "앉아! 손! 안돼!" 같은 모모에게 쓰는 훈련 용어(...)와 자신이 좋아하는 '된장찌개' 나 '순두부찌개' 그리고 기본적인 '안녕하세요'와 '여보세요'를 외웠더군요.
종합해보면,
[챠기, 사란헤, 뽑포, 쥬세요, 안쟈, 손, 안데, 덴쟝치게, 슨도부치게, 아뇨하세요, 요보세요]
...총 11개.
대박 '슨도부치게'へ(´∀`へ) 껄껄...
그리고 이런 응용도...ㆀ
챠기~ 손(≧▽≦;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_ _;;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회사 선배의 소개로 지역 교류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한국어 스터디에 참가하게 됩니다.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소녀시대의 광팬이 되었죠(...) 그러나 한국어 실력은 늘지 않습니다. 그나마 알고 있던 11개도 가물가물... 도리어 후퇴...
시간이 흘러 2008년 3월 30일. 그녀와 사귄 지 반년이 지났답니다. 각자 케이크를 사들고 와 메신저의 웹캠을 통해 같이 먹고 마시며 자축을 했죠.
우리 사귄 지 벌써 반년이나 됐어요!
시간 정말 빠르다.
처음 만났을 때 바가지 머리가 아직도 아른거리는데...ㅋㅋ
그거 저 아니에요! 제 의지가 아녔다고요! Ψ( `◇´ )Ψ
제...제발 잊어주세요.
cielo
푸훕, 그렇게는 못하지.
그리고 인기 있는 음악, 좋아하는 음악은 서로 알려주고, 재미있거나 관심 가는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같이 보기도 했죠. 그중, 4월에 시작한 라스트 프렌즈란 드라마는 주말에 꼭 같이 봤어요.
요~이 스타토!
자,,,잠깐! 10초부터 다시 시작해.
그녀의 "요~이 스타토"에 맞춰 플레이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수다를 떨며 보고 있으면 마치 같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저기 나오는 머그컵 가지고 싶다.
에리의 오렌지색 큰 머그컵이 마음에 드네.
그럼 나도 나도 세트로~
하나씩 살까?
그녀가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는데... 품절! 너무 아쉬워하는 우리 두 사람.
봄바람은 살랑살랑, 개나리 진달래가 만개하고 벚꽃도 피기 시작할 무렵. 그녀가 사는 남국은 벌써 벚꽃이 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 벚꽃이 다 지기 전에 챠기랑 데이트하고 싶다.
나도 꽃놀이도 같이 가고 싶고 산책도 하고 싶어~
흑...
아! 그러고 보니 일본은 요맘때쯤 골든위크 시작되지 않아?
아! 잠깐만요!!!
음, 4월 말이네요
며칠 정도 쉴 수 있어?
일주일 정도?
갈까?
정말요?! 오면 너무너무 좋죠...
챠기~ 와요~ 보고 싶어요~
좋아! 알았어. 갈게
그리고 다음날, 티켓을 예약하는데 제가 가고 싶은 날짜도 그 앞뒤로도 다 만석... 대기 예약을 하고 그녀에게 전화하니 시무룩한 목소리.
괜찮아. 금방 ok 될 거야. 꼭 취소하는 녀석들 있다니까.
아, 그래도 시간도 얼마 없는데...
못 오는 거 아니에요? ㅠㅠ
걱정 마. 갈 수 있다니까.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대기 예약은 풀리지 않았죠. 급기야 자동 취소되기까지... 으아악 ( ̄□||||
cielo 어디 가고 싶어요~?
아니다. 이러다 못 오게 되면 실망할 테니까..
웬만하면 금방 되는데, 이번엔 잘 안 나오네.
......
가..갈 수 있어! 우.. 울지 마.
네..ㅠㅠ
기록 이 글은 2009년 4월 6일 22시 16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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