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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남겨지는 외로움 :: 마지막 날

by cielosereno 2020. 6. 6.

극심한 한파에 정신이 나간 그녀와 저는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마지막 날 밤을 불사르기 위해 호텔로 귀환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호텔 bar로 내려갔죠.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zoe bar

 

 


지하 1층에 있는 zoe bar로 이동. 사람도 많지 않고 적당히 발랄한  이곳은 칵테일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애플 마티니는 제 취향에 맞게 독하게 만들어 줘서 참 마음에 들어요. 그녀도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았어요. 그녀와 오늘이 마지막 밤임을 아쉬워하며 S씨부터 남대문 사건까지 짧은 5일 동안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웃고 떠들었죠. 어느 정도 놀다가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1층 the bar로 다시 자리를 옮겼어요.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the bar

 

 

 

저는 그녀에게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컴퓨터 팔아먹은 얘기, 차 위에서 뛰어놀다가 차 찌그러진 얘기, 물새는 배 타고 나가다 빠져 죽을뻔한 얘기 등, 부모님이 엄격해서 속을 썩여본 적도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는 그녀에겐  언니들이랑 맨날 몰려다니며 말썽만 피우는 제 얘기가 너무 재밌었나 봅니다.

 

 




cielo의 어렸을 때 모습을 떠올리니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나도 그때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이제 계속 같이 있을 건데, 추억은 만들어 가면 되지.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지나갈까요.
오늘이 마지막인 게 너무 아쉬워요.


더 많이 놀아 둘걸 그랬다.
다음엔 내가 놀러 갈게. 그땐 더 재밌게 지내자.

 



술이 얼큰하게 취한 그녀와 저는 호텔방으로 돌아와 같이 목욕을 했죠. 한참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제 얼굴이 빨개졌던 모양이에요.

 




엇, 얼굴 빨개진 거 처음봤다~
괜찮아요? 괴로우면 말해요~


조금 덥다...(=o=;;)

 


숨이 막혀서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순간 공중 부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어엇..!!! ≧□≦)

 

 


미끌~ 휘이익~(-_-;; 이미 컨트롤 불능 상태...
그대로 낙하하여 지옥을 보았다죠(;;;)

 




헉.. 괜찮아요? 아프지 않아요?


아야......
아~ 아픈 거보다 창피해~ (ㅜ_ㅜ)


아하하하하하~ヾ(^▽^;)ノ
맨 정신이었으면 창문 열고 투신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땐 취해서 쪽팔린 것도 모르고 그냥 같이 웃었죠.

 



나체로.. 아잉~
챠기 너무 에로틱해~(ノo ・。)


아~ 집요한 녀석 또 시작했다.



난 모르는 일이에요~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갑자기 다가와 저를 코너에 밀어 넣고 이마부터 가슴까지 애무하더니, 눈을 맞추며 말을 했어요.



이따가 러브러브?



풉,,,


싫어요?
아님, 피곤해요?


아니...
지금은?


여기서?


...응(〃▽〃)


캬~ 좋아요!(ノ∀`♥)

 


비누거품을 내 욕조에서 한참을 뒤엉켜 뒹글 거리니  HP 0 상태. 목욕을 마치고 그대로 침대에 뻗어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죠.

 

 

 

 

 


"삐비비빅~ 삐비비빅~"

 



아~ 벌써 5시야? 3시간도 못 잤는데... 아~ 졸려.
sereno 일어나~ 일어나~


10분만~ 10분만 더~


그래, 30분만 더 자자.

 


"삐비빅~ 삐비빅~"

 




벌써 30분이 지났단 말이야! 버럭!!


아~ 난 자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 화장 안 하고 갈까 봐. 그 시간에 더 잘래.


저도요~ zzZZZ

 


"삐비비빅~ 삐비비빅~"

 



젠~장~ ( ̄□ ̄;  ( ̄◇ ̄;
너무 졸렸지만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어요. 서둘러 씻고 준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동이 트기 전 아직도 깜깜한 거리. 운전을 하고 있는 저를 계속 바라보며 손을 꽉 잡아주는 그녀.



졸릴 텐데 더 자

 


스르르 눈을 감고 꾸벅꾸벅 고개를 흔들며 잠이 든 그녀. 당분간 못 볼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왔지만, 혹시 그녀가 깰까 봐 꾹꾹 참고 앞만 보며 달렸죠.

 




도착했어요~
생각보다 빨리 와서 시간이 많이 남네.
안에서 뭐라도 먹을래?

 


문을 열고 내리려는 저의 손을 붙잡고 끌어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

 




정말 재밌고 고마웠어요.
저기... 아~ 울면 안 되는데... 돌아가기 싫어요.


둘 사이에 무슨 인사야.
나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
금방 만나러 갈 테니까 울지 마~


빨리 와야 해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진한 키스를 한 뒤, 공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밥을 먹는 내내 침울한 표정... 아무리 밝게 웃으려 해도 생각대로 잘 되지가 않아요. 당장에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전 그녀 앞에서 울 수가 없어요.  그녀가 더 많이 울 테니까...    

 



마지막으로 뽀뽀하고 싶은데...


응? 지금 여기서?


안 돼요?


저기... 다음에...
다음에 해줄게.

 

그녀는 못내 아쉬워하며 출국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멀리서 다시 한번 손을 흔드는 그녀.

 




cielo 너무 좋아해요!!!!
안녕~


도착하면 전화해~ 잘 가...


사라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소리가 날까 봐 입을 틀어막고 울었죠. "아...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줄걸..." 손을 뻗어봐도 이제 그녀에게 닿지 않아요.

후쿠오카에서 헤어질 때 그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

 

 

 

 

 

기록 : 이 글은 2009년 4월 2일 22시 52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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