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한파에 정신이 나간 그녀와 저는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마지막 날 밤을 불사르기 위해 호텔로 귀환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호텔 bar로 내려갔죠.
지하 1층에 있는 zoe bar로 이동. 사람도 많지 않고 적당히 발랄한 이곳은 칵테일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애플 마티니는 제 취향에 맞게 독하게 만들어 줘서 참 마음에 들어요. 그녀도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았어요. 그녀와 오늘이 마지막 밤임을 아쉬워하며 S씨부터 남대문 사건까지 짧은 5일 동안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웃고 떠들었죠. 어느 정도 놀다가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1층 the bar로 다시 자리를 옮겼어요.
저는 그녀에게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컴퓨터 팔아먹은 얘기, 차 위에서 뛰어놀다가 차 찌그러진 얘기, 물새는 배 타고 나가다 빠져 죽을뻔한 얘기 등, 부모님이 엄격해서 속을 썩여본 적도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는 그녀에겐 언니들이랑 맨날 몰려다니며 말썽만 피우는 제 얘기가 너무 재밌었나 봅니다.
cielo의 어렸을 때 모습을 떠올리니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나도 그때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이제 계속 같이 있을 건데, 추억은 만들어 가면 되지.
왜 이렇게 시간은 빨리 지나갈까요.
오늘이 마지막인 게 너무 아쉬워요.
더 많이 놀아 둘걸 그랬다.
다음엔 내가 놀러 갈게. 그땐 더 재밌게 지내자.
술이 얼큰하게 취한 그녀와 저는 호텔방으로 돌아와 같이 목욕을 했죠. 한참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제 얼굴이 빨개졌던 모양이에요.
엇, 얼굴 빨개진 거 처음봤다~
괜찮아요? 괴로우면 말해요~
조금 덥다...(=o=;;)
숨이 막혀서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순간 공중 부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어엇..!!! ≧□≦)
미끌~ 휘이익~(-_-;; 이미 컨트롤 불능 상태...
그대로 낙하하여 지옥을 보았다죠(;;;)
헉.. 괜찮아요? 아프지 않아요?
아야......
아~ 아픈 거보다 창피해~ (ㅜ_ㅜ)
아하하하하하~ヾ(^▽^;)ノ
맨 정신이었으면 창문 열고 투신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땐 취해서 쪽팔린 것도 모르고 그냥 같이 웃었죠.
나체로.. 아잉~
챠기 너무 에로틱해~(ノo ・。)
아~ 집요한 녀석 또 시작했다.
난 모르는 일이에요~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갑자기 다가와 저를 코너에 밀어 넣고 이마부터 가슴까지 애무하더니, 눈을 맞추며 말을 했어요.
이따가 러브러브?
풉,,,
싫어요?
아님, 피곤해요?
아니...
지금은?
여기서?
...응(〃▽〃)
캬~ 좋아요!(ノ∀`♥)
비누거품을 내 욕조에서 한참을 뒤엉켜 뒹글 거리니 HP 0 상태. 목욕을 마치고 그대로 침대에 뻗어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죠.
"삐비비빅~ 삐비비빅~"
아~ 벌써 5시야? 3시간도 못 잤는데... 아~ 졸려.
sereno 일어나~ 일어나~
10분만~ 10분만 더~
그래, 30분만 더 자자.
"삐비빅~ 삐비빅~"
벌써 30분이 지났단 말이야! 버럭!!
아~ 난 자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 화장 안 하고 갈까 봐. 그 시간에 더 잘래.
저도요~ zzZZZ
"삐비비빅~ 삐비비빅~"
젠~장~ ( ̄□ ̄; ( ̄◇ ̄;
너무 졸렸지만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어요. 서둘러 씻고 준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동이 트기 전 아직도 깜깜한 거리. 운전을 하고 있는 저를 계속 바라보며 손을 꽉 잡아주는 그녀.
졸릴 텐데 더 자
스르르 눈을 감고 꾸벅꾸벅 고개를 흔들며 잠이 든 그녀. 당분간 못 볼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왔지만, 혹시 그녀가 깰까 봐 꾹꾹 참고 앞만 보며 달렸죠.
도착했어요~
생각보다 빨리 와서 시간이 많이 남네.
안에서 뭐라도 먹을래?
문을 열고 내리려는 저의 손을 붙잡고 끌어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
정말 재밌고 고마웠어요.
저기... 아~ 울면 안 되는데... 돌아가기 싫어요.
둘 사이에 무슨 인사야.
나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
금방 만나러 갈 테니까 울지 마~
빨리 와야 해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진한 키스를 한 뒤, 공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밥을 먹는 내내 침울한 표정... 아무리 밝게 웃으려 해도 생각대로 잘 되지가 않아요. 당장에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전 그녀 앞에서 울 수가 없어요. 그녀가 더 많이 울 테니까...
마지막으로 뽀뽀하고 싶은데...
응? 지금 여기서?
안 돼요?
저기... 다음에...
다음에 해줄게.
그녀는 못내 아쉬워하며 출국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멀리서 다시 한번 손을 흔드는 그녀.
cielo 너무 좋아해요!!!!
안녕~
도착하면 전화해~ 잘 가...
사라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소리가 날까 봐 입을 틀어막고 울었죠. "아...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줄걸..." 손을 뻗어봐도 이제 그녀에게 닿지 않아요.
후쿠오카에서 헤어질 때 그녀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
기록 : 이 글은 2009년 4월 2일 22시 52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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