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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1] Taiwan LGBT Pride 2019 이야기 (臺灣同志遊行)

by cielosereno 2020. 8. 13.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집과 회사만 왕복하며 자숙 생활을 한지 반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부쩍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한 요즘.

 

 

그녀에게 올해는 일보다는 해외, 일본 국내 할 것 없이 여행도 많이 다니자고 약속했는데, 코로나 여파로 인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ㅠ_ㅠ) 

 

 

만약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Taiwan LGBT Pride 2020 기간에 대만에 놀러 가기 위한 예약이나 계획 짜기에 바빴을 텐데, 현실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도 일본에서 출국하면 재입국도 하지 못하고, 재입국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코로나 백신이 개발된 것도 아니기에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

 

 

대만은 방역에 성공한 나라이니 대만에 가는 게 위험한 게 아니고, 코로나 대응을 거의 코미디 수준으로 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문제라서 이곳에 거주하는 제가 문제가 되겠지요.

 

여행뿐만 아니라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일본에 직장이 있고 생활터전이 이곳인 사람들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막아버리면 어쩌자는 건지... 요즘 일본 정치 상황을 보면 쓴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쉽게 혁신과 변화를 이루어내는 곳이 아니기에 지금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아무 일도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무튼,

 

 

  

작년에 Taiwan LGBT Pride 2019 기간에 대만에 가던 썰이라도 풀어보겠습니다.

 

 

 

 

우선 대만은 2019년 5월 17일에 아시아 국가 중에는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로, 유일한 L 친구인 Y짱과 오래간만에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대만 동성결혼 합법화 얘기를 하게 되었고, 합법화도 되었겠다, 올해는 더욱 성대하게 퍼레이드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여 저희 커플과 Y짱 커플은 대만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Y짱은,

2008년도에 일본 쪽 블로그를 운영할 당시 찾아와 주던 사람으로, 개인적으로 메일을 주고받게 되고, 스카이프로 연락을 하게 되고, 실제로 만나게 되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같은 지역에 살게 된 10년 이상된 친구입니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대만행 티켓과 숙소를 행사 5개월 전인 5월 25일에 모두 예약하였습니다.

빠르게 예약해서인지 이동이 편리한 호텔을 싼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직장인들이기에 일정은 2019년 10월 25일(금) 23:05에 출발하여 10월 28일(월) 17:45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짧고 굵게!

참고로 2019년 Taiwan LGBT Pride는 10월 26일(토)였습니다. 

 

 

예약한지 5개월이 흘러,

여행 당일 20시, 간사이 공항에 도착.

 

 

타이거 항공 카운터에 도착하여 발권을 하는데, 저는 외국에서 외국으로 출국하는 것이라 수속에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업무 매뉴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에 전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인이 대만에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의 여권 파워를 모르는 듯... ̄∀ ̄*)

 

 

무비자 입국된다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매뉴얼대로 하시겠지요...┓( ̄∇ ̄;)┏

 

 

비행기 탑승 후 2시간 55분 후인 2019년 10월 26일 01:00에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台湾桃園国際空港)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 대만 타오위안 국제 공항(台湾桃園国際空港)

 

 

 

새벽인데도 속속 비행기들이 도착하여 이미그레이션에 사람이 미어터질 지경...(ノ_・。)

'한국인은 e-gate로'라는 팻말이 보였지만, 일행이 있으므로 긴 줄에 함께 섰습니다. 3~40분 정도 대기하는 동안 여행 전에 아마존에서 미리 구매한 대만 USIM으로 갈아 끼우고 입국 도장 꾸욱 찍고 공항을 나와 숙소로 이동하였습니다.

 

 

가기 전부터 어떻게 이동을 할까 생각하였는데, 야간 리무진을 타고 타이베이에 도착해서 숙소까지 또 택시를 탈 바에는 대만 물가도 싸니 4명이서 택시를 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편한 이동을 위해 우버 택시에 등록을 해두었습니다.

 

혹시 대만 여행할 때 이동을 편하게 하고 싶은 분이나 시간을 절약하고 싶으신 분들은 우버 택시 이용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10년 전에 그녀와 대만에 갔을 때는 참 고생도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대부분을 우버 택시로 해결해서 정말 편했습니다. 

 

 

사용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우버 택시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배차 가능한 차종과 목적지까지의 가격, 도착 시간 등이 표시되니 마음에 드는 택시를 고르면 됩니다. 택시가 도착하면 일단 번호판 확인하고 탑승하면 드라이버는 아무 말 없이 목적지로 향합니다. 이동도 편리하지만, 중국어를 몰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미리 등록한 카드로 결제되므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냥 내리시면 됩니다.

 

 

아무튼, 우버 택시를 타고 호텔(Yomi hotel)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체크인을 끝내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지요.

 

 

■YOMI HOTEL (優美飯店)
   No. 28, Sec. 1, MinSheng East Road,
   Taipei, Taiwan, R. O. C.
   TEL:886-989-550-430
   E-mail:rsvn@yomihotel.com.tw
   http://www.yomihotel.com.tw/mobile/en/about.html

 

 

새벽에 도착해서 피곤하긴 했지만 속이 출출하여 호텔 방에는 구비되어 있던 컵라면을 먹었는데, 맛이 너무 자극적이었는지 둘이 컵라면 반도 못 먹고 과일만 조금 먹고 바로 쓰러져서 꿈나라로!

 

 

 

 

 

정신없이 자다가 화들짝 놀래서 일어나 보니 아직 아침 6시!

피곤하여 늦잠을 잘만도 한데, 과연 아침형 인간들...입니다.

 

 

그녀와 저는 산책 겸 근처 탐방에 나셨습니다.

 

 

012

 

 

 

 

이렇게 인적이 드문 거리에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그녀와 있다는 것이 왜 이렇게 행복한지, 둘 다 신이 나서 손을 잡고 한참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대만식 토스트 집에 갔지요~

 

 

 

可蜜達(COMIDA) 토스트

 

 

 

可蜜達(COMIDA)라는 체인점인데, 대만 사람들은 테이크아웃이 대부분 이더라고요. 그녀와 저는 'Pork egg toast with double cheese'와 'Pork egg sandwich'를 주문하여 밖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습니다. 점내에서 먹을 거라면 사진과 같이 컷팅을 하는 것이 먹기에도 보기에도 좋습니다. 

 

 

 

012
可蜜達(COMIDA) 林森店

 

 

 

 

대만 아저씨와 대화도 잘 안 통하는데 수다를 한참 떨기도 하고,  산책이 거의 끝나갈 때쯤 Y짱 커플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일어났는데, 같이 호텔 조식을 먹겠냐고요.

그래서 같이 밥을 먹기 위해 호텔로 우선 귀환~!

 

 

친구 커플은 일찍부터 활동을 마치곤 온 그녀와 저를 보고 정말 부지런하다며 감탄하더군요...ㅎㅎ

 

 

호텔 조식은 솔직히 맛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언가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좋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각자 준비 후에 10시에 다시 모이기로!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만 여행이 시작!

오늘의 일정은 대만 여행의 목적인 퍼레이드를 보는 것과, 퍼레이드 전, 후로 Y짱의 대만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그녀가 鹹豆漿(셴토우장)이 먹고 싶다고 하여 善導寺(산다오스)로 이동, 그곳에서 Y짱의 전 여자 친구인 대만인 S짱과 합류하였습니다.

S짱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Y짱에게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어딘가에서 만난 것처럼 낯설지 않은 느낌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게다가 S짱은 타이중에 사는데 일부러 Y짱을 위해 타이베이에서 2박 3일 동안 호텔을 잡고 안내해줄 정도로 마음씨도 착했지요.

 

 

다만, 여행 내내 Y짱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현재 여자 친구, 오른쪽에는 전 여자 친구가 서 있는 구도가 많았는데, 본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았을지 몰라도 정작 그걸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그녀와 저만 안절부절못하고 오묘한 감정에만 휩싸이기 일쑤...Σ(゚∀゚*)

 

 

阜杭豆漿(푸항 토우장)은 유명한 집인지 3층 계단에서부터 건물 밖까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포기하고 갈까 했는데, 앞에 줄을 서 있던 아저씨께서 회전율이 좋아서 의외로 대기 시간이 길지 않다며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믿고 기다리니 정말 줄은 금방금방 줄어 갔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속출해서 더 빨리 가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鹹豆漿(셴토우장)에 油條(요우티아오)가 송송~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셴토우장은 따뜻한 두유 수프(?)인데, 식초가 들어가 있어서 저으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뭉칩니다. 약간의 산미가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워서 아침 식사로 먹기에 괜찮으니 한 번 드셔 보시길!

 

   

그리고 퍼레이드가 열리는 타이베이 시청 광장으로 이동.

 

 

역에 도착하니 다른 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은 과히 아시아 최대 LGBT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특설 무대에서는 각종 쇼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한쪽에는 LGBT에 친화적 기업의 홍보와 각종 굿즈를 판매하는 코너, 판촉물을 나눠주는 서포터들, 화려한 의상을 입을 퍼레이드 참가자들, 그야말로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모인 느낌이었습니다.

 

 

 

Taiwan LGBT Pride 2019 타이베이 시청 광장

 

 

젊은 커플부터 나이가 지긋한 커플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늘만은 자유를 즐기겠다고 마음먹고 온 사람들은 아주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무튼 우리도 오늘은 즐기기로!

 

 

행사장에는 상대적으로 게이들이 많은 느낌이었습니다.

게이 인구가 월등히 많은 것일까요?

 

행사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굿즈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받은 게 일반 X돔! (^^;) 그리고 게이들의 도를 넘은 의상을 여기저기에서 보기도...  

 

 

sereno

악...!! 저 사람 고환이 훤히 다 보여요!

시선 처리가 안돼. 으윽...

 

cielo

헉... 정말이네!

표현의 자유는 좋은데, 너무 노골적이긴 하다.

 

 

맞아요.

저렇게 딱 붙는 옷을 입을 거라면

털 정리 정도는 했으면...

 

 

저기 아름다운 커플이 있어! 저길 봐! (^_^;)

 

 

천으로 고환만 간신히 가린 의상... 그 천이 너무 얇아서 주요 부위가 훤히 다 보이기도 하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딱 붙는 쇼트 팬츠에서 삐져나온 털들...(;), 항X을 다 드러낸 의상 등. 표현의 자유와 축제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불쾌감을 주는 매너 없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항상 궁금한 것이, 왜 LGBT 행사에는 신체의 성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이들이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이런 것들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또 다른 잘못된 인식만 심어주는 게 아닌가 하는데, 혹시 속 깊은 다른 의도라도...?

 

 

 

무지개 깃발 들고 신이난 그녀와 나

 

 

 

이날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도 눈이 부실 정도로 정말로 날씨가 좋았습니다.

아니, 너무너무 더워서 햇볕에 조금만 노출되어도 몸속 수분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더웠지요.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온몸으로 열을 받아서 그런지 나무 그늘에서 쉬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시원한 레스토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러 근처 가게를 찾기로 했습니다.

 

 

 

 

.

.

.

그러나,

넘쳐나는 인파로 인해 여기도 저기도 자리가 없었습니다.

자리가 있다고 해도 일인당 일정 금액 이상의 음식을 주문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도 하여, 배가 고프지 않았기에 결국 편의점으로 향했죠.

 

 

 

편의점에서 타이완 맥주 드링킹~!

 

 

 

편의점에는 큰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음주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캔맥주를 한잔씩 드링킹!

편의점에서 간단히 맥주를 한 잔 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엄청난 인파가 들락날락해서인지 화장실은 끔찍했다고...ㅋㅋ)

 

 

알딸딸하게 숙취가 오른 후에 본격적으로 행렬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Taiwan LGBT Pride 2019 타이베이 시청 광장, 슬슬 행렬 시작?

 

 

 

오길 잘한 거 같아.

 

 

응, 너무 기분 좋아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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