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그녀의 고백

by cielosereno 2020. 6. 5.


cielo를 정말 좋아해요.

앞으로 cielo에게 다른 좋은 사람이 생기면 그땐 물러설게요.
만약 그때가 오면 좋아하는 친구로서 가끔 연락하면 그걸로 만족해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저랑 사귀어 줄래요?

 



사실 너무 놀랐어요. 머릿속이 하얗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저 그녀의 메일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렇게 진지한 어투는 처음이라 당황도 됐고 머릿속이 복잡했죠. 한참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녀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전화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녀를 좋아하게 된 자신을 부정할 수가 없었죠. 설령 그게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 없어도...

 

 

한참이 지나 냉정을 되찾고 나서야 그녀에게 메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나한테 프러포즈한 거야?

네가 날 좋아해 준다니 너무 기뻐.
나도 널 좋아해.


근데, 한계가 있는 만남같이 들려서 슬프다.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이 생길 때까지 라니...
난 누구보다 널 소중히 하고 싶어.



그런 말 해서 미안해요.
잘되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에 처음부터 소극적이게 되고 불안하고.
하지만 cielo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없어요.
만약 당신이 내가 싫어지면 난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 만약에 사귀다가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미안~"라고 하면 끝이라는 거네?

나 좋을 대로 다 하고 다녀도 된다는 거지?



그건.. 안 되죠.
항상 옆에 있어주세요!!!



알았어.
그럼 너도 내 옆에 있어.

 



자신감 없는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그만큼 동성애에 대한 어려움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귀는 거죠? 그쵸?
메일 보내고 2시간이나 지나 답장이 와서 얼마나 마음 졸이며 기다렸는지 몰라요.
아, 너무 기뻐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여자 친구가 된 이상 바람피우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조만간 만나러 갈게.


저.. 주말에 회사 동료하고 영화 보러 가기로 했는데,
이것도 바람피우는 거에 속하나요?
여자고, 정말 그냥 친구예요.


... 하하, 다녀오세요~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마. 친구도 중요하니까.


그래도 싫다고 하면 안 갈게요.
친구는 친구. cielo는 이제 내 여자 친구니까 젤 소중해요!

 

 

 

 

 


이렇게 닭살스런 메일을 주고받으며 2007년 9월 30일에 사귀게 되었답니다. 그날은 두근거림에 잠도 안 와서 우두커니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아이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나 또한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게다가 동성커플, 원거리 연애, 국제 연애란 삼중고에 알 수 없는 미래까지, 나 원 참~(_ _;;)" 

 


불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저보다 어리고 더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강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본격적인 원거리 연애가 시작되면서 우린 언제쯤 만날 것인가 논의하게 되었죠. 당장에라도 만나러 가고 싶지만 원거리 연애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앞뒤 생각 안 하고 보고 싶다 달려가면 연이어 또 가기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 못 만날 수도 있거든요.  

 


그녀는 한국에 와본 적이 없어서 첫 만남에 말도 안 통하는 외국까지 오게 할 수는 없었죠. 그녀는 제 생일(11월)에 만나고 싶다고 하였지만 저는 크리스마스에 그녀를 혼자 두는 게 미안해서 크리스마스에 만나러 가겠다고 약속했어요.

 




보고 싶다~(ㅜ_ㅜ)



미안~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러 갈게.

 


사귀게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첫 번째, 사진첨부 메일과 동영상 메일.
그녀는 길을 걷다 예쁜 꽃이 피어 있으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고, 점심때 무엇을 먹었는지, 주말에 어디를 갔다 왔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줬어요. 가끔 동영상으로 자신의 방을 소개하거나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보내기도 했고요.

 


두 번째, 밤새도록 국제전화.
그녀는 컴퓨터가 아래층에 있어서 밤에는 자유롭게 사용을 못 했답니다. 게다가 메신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고요. 목소리가 듣고 싶어질 때면 제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하다 보면 길어지고 끊으려면 아쉽고 그러다 보니 3-4일에 한 번씩은 밤새도록 전화를 하게 됐죠. 한 달 전화비가 70만 원까지도 나왔더랬죠^^;;

 


세 번째, 호칭.
한국에선 연인끼리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있다며 그녀에게 '자기'라는 말을 가르쳐 줬어요.
(우린 기본적으로 이름을 부른답니다.)

 



자기~라고 해봐~


챠기챠기~♥


캬~(>▽<) 귀여워~


자기라는 말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그끔 언니라는 말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듣고 싶은데 말이죠. 그럴 땐 시킵니다(_ _;;)

 



오랜만에 언니라고 불러줘~



언니~ 사랑해요~♥


캬...(>▽<) 흥분 백배~ (난 변태-_-?!)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고...

 

 

 

기록 : 이 글은 2009년 2월 12일 16시 15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cielo > [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와 원거리 연애 그리고...  (0) 2020.06.05
밸런타인데이 염장  (0) 2020.06.05
그녀와의 메일교환(2)  (0) 2020.06.05
그녀와의 메일교환(1)  (0) 2020.06.05
그녀가 미친듯이 궁금했다  (0) 2020.06.0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