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o
안돼... 미안.
단지 목소리가 궁금해서 전화하고 싶었을 뿐인데 설마 거절 당하리라 생각지도 않던 저는 약간의 쇼크를 받았지만 애써 웃으며 다시 메일을 보냈죠.
cielo
아, 갑자기 말해서 미안. 곤란했나 보네^^
kabu가 자고 있어서 안돼.
kabu가 뭐야?
우리 집 강아지.
.
.
.
강아지...-_-;;;
언제는 집 전화번호까지 알려주던 사람이 강아지가 깬다고 통화를 못한다니 핑계로 밖에 생각할 수 없었죠. 그냥 전화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주지. 이건 또 무슨 경우?!
kabu >>>> 절대 넘을 수 없는 벽 >>>> 나
개 >>> 절대 넘을 수 없는 철옹성 >>>> 사람
이런 생각을 하며 오밤중에 실소를 터트렸다죠-_-a
참고로 이 녀석이 카브↓
별 할 말도 없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로그아웃.
어제 일로 약간 껄끄러워질 거란 저의 생각과는 달리 어김없이 그녀는 아침에는 "안녕~ 잘 잤어? 난 회사 출근하는 길이야" 점심에는 "밥 먹었어? 오후에도 일 열심히 해" 등등 변함없는 행동에 조금 의아했죠.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이 그녀가 전화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날 이후로 전화하자는 얘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던 저는(나름 소심-_-)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저녁 8시쯤에 전화를 했죠.
그녀는 "사실 전화 몇 번이나 하고 싶었는데 전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수화기 넘어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발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더라고요.
저기,, 뭐라고 불러야 돼요?
한국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을 언니라고 부른다던데 정말이에요?
그냥 지금처럼 편하게 cielo라고 불러.
그리고 왜 갑자기 존댓말???ㅋㅋ
그냥 긴장돼서...ㆀ
일본에선 괜찮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그렇게 부르니까 언니라고 부를게요.
그래 좋을 대로 해.
사실 좋을 대로 부르라고 했지만, 막내라서 그런지 언니라고 불러주니 내심 좋더군요.ㅋㅋ 귀여운 동생이 생긴 느낌. 막 심부름도 시킬 수 있을 거 같고 어디도 데리고 나가고... (막내의 망상-_-;;) 정적이 흐르면 어색해질 것 같아서 거의 30분 정도를 제가 주도적으로 얘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녀는 저를 お姉さん(언니)이라 부르며 살갑게 굴었죠. 회사 얘기, 가족 얘기, 애인 얘기 가릴 거 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와 더욱 친해졌어요.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일과를 메일로 보고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도 그녀와 메일을 주고받으면 받을수록 중독되어 갔어요. 저도 왠지 모르게 제 일과를 보고하게 되고, 하루쯤 연락이 뜸하면 뭐하나 걱정도 되고 초기 금단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죠(-0-;)
하루도 빠짐없이 메일을 주고받은 지 한 달.
이모티콘도 안 쓰고, 농담도 안 하고 그날따라 그녀의 메일이 어둡게만 느껴졌어요.
"혹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나? "
다시금 도착한 그녀의 메일...
.
.
.
.
.
.
"나... cielo를 좋아해. 정말로 좋아해"
기록 : 이 글은 2009년 2월 9일 18시 33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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