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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동성커플] 그녀 이야기

그녀와 원거리 연애 그리고...

by cielosereno 2020. 6. 5.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고...

 


원거리 연애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5일간 개인적인 일로 외국에 나갈 일이 있었어요. 메일을 확인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메일을 보내주었죠. 떨어져 있는 건 매한가지인데 조금 더 멀리 갔다고 꽤 외로웠던 모양. 메일과 일기를 읽고 그녀를 혼자 두는 게 너무 미안해졌어요. 저는 나름 원거리에 면역이 있는 사람이라 괜찮았지만...

 


무사히 그녀와 1개월을 보내고 저의 생일도 지나고... 서로 너무 그리워했어요. 주말이면 어디로 데이트 갈까? 무엇을 먹으러 갈까? 상상의 나래를 펴며 만날 수 없는 외로움을 메일과 전화로 풀어야만 했죠.

 


'망상'을 너무 심하게 한 탓인지 그녀가 꿈에 몇 번이나 등장했답니다. 꿈에 등장한 그녀는 목소리는 같은데 언제나 얼굴이 달랐어요. 보내준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꿈, 얼굴이 까맣게 보이지 않는 꿈, 절세미녀 모델의 얼굴인 꿈. 그리고 가면을 쓰고 나온 꿈까지(_ _;;) 골라보는 재미까지 선사해주는 그녀의 황송한 꿈들...ㆀ 아마 실제로 만난 적이 없어서 그랬나 봅니다.

 


저는 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어렸을 때부터 수면시간을 최소화하며 살았는데, 꿈을 꾸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잠자는 게 너무 좋아졌던 적도 있어요. 주말 내내 자본 적도 있고, 스토리가 이어질까 일어났다 다시 잠을 청해 보기도 하고... 뭐, 백발백중 그녀가 나오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요(;;;) 외로움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달까?

 


12월이 돼서야 그녀는 자신의 방에 컴퓨터를 옮겨 skype로 음성채팅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전화비의 압박에서 해방된 날이죠(^▽^)/ 그날 이후로 우린 매일 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때 만날 계획을 짜게 됐죠. 호텔을 예약하고 어디를 갈까 정하고~ 시간이 미친 듯이 지나갔어요.

 

 

 

 

 


그리고 12월 21일, 그녀를 만나기 하루 전날.
긴장된 마음으로 맥주 한 병을 마시며 그녀와 통화를 했죠.

 

 




완전 긴장된다.

내일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지?


아,, 저도 지금 너무 떨려요.

내일 일이 있으니까 6시에... 하카타역(博多駅) 어디가 좋을까요?

 

 



후쿠오카(福岡)는 가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역이니까 알기 쉽게 개찰구 어때?


괜찮겠어요? 그럼 개찰구로 하던가요.


근데, 혹시 개찰구가 몇 군데 있어? 아님 한 군데야?


몰라...('ㅁ')


-_-;; 저.. 저겨 님아...

 


그녀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혹시 요시노야(吉野家) 알아요?


그럼 알지. 오렌지색 간판 규동 집 말하는 거 아냐?


맞아요. 하타카 역 안에 요시노야가 있으니까 거기로 해요.


그래 알았어.

 


그리고 생각했다.
.
.
.
잠깐잠깐...! 그녀와의 운명적 첫 만남에 싸구려 규동 집 앞이라니..
이건 내가 꿈꿔오던 로맨틱한 장면이 아니야!!



... 좀 그렇죠?(^^a) 다른 곳으로 할래요?


요시노야 말고 또 뭐가 있는데?


몰라...('ㅁ')
.
.
.
선택에 여지도 없이 다시금 요시노야로 결정(-0-;;)

 



뭐, 할 수 없지.
둘 다 모르기도 하고 요시노야 앞에서 만나자.


그래요~ 그럼 내일 봐요. 츄~

 

 


평소보다 그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전 긴장된 나머지 맥주를 한 병 더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에 허겁지겁 여행 준비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들뜬 기분을 어찌할 도리없이...

 


"오늘은 시간이 참 안 가군..."
기다림의 미학이란 말이더냐...

 

 

 

 

 

기록 : 이 글은 2009년 2월 17일 15시 38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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