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에서 따로국밥으로 놀던 그녀와 나, 그리고 S씨. 2차로 S씨는 특기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오돌뼈집으로 직행합니다(-_-;) 그녀와 제가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상관없습니다(...)
허름한 가게는 시끌벅적 사람이 꽉 차있더군요. 우린 2층으로 안내받아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S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
참고로 S씨의 일본어 실력은 단어 30개 이하, 문장 10개 이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일본어이지만, 신기하게 일본인 친구도 많고, 게다가 일본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오면 저 문장으로 웃고 떠들고 화내고 다 한답니다. 물론, 깊은 대화는 불가능하지만요.
아무튼, S씨는 그녀와 저를 내팽개친 채 통화를 하는데, 엄청 화난 얼굴로 불만을 토로하는 듯 보였습니다.
S씨
와따시 now 아아아악. 삼순(가명) 와루이 년.
sereno
뭐래요 지금?
cielo
나 지금 화났다. 삼순이가 나쁜 X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
와따시 짜증 나! 미호 스키 but 삼순 no스키 와루이 X!
삼순 미호 와따시, 미호 와따시를 삼순 이간질! very 아아악!
...(-_-?)
지금 짜증 난대. 미호는 좋지만, 삼순은 너무 싫대. 나쁜 X이래.
삼순, 미호, 나 이렇게 셋이 있으면 미호와 나 사이를 삼순이 이간질해서 정말 화난다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ノ_・。)
cielo는 천재.
원래 이런 말은 몰라야 정상이야.
위에 예를 들은 문장은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고, 정말 나중엔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게다가 전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하더니 팍 끊었어요. 그리고선 술을 연겁퍼 몇 잔 마시더니 화장실로 직행!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같아요.
그리고 신기한 느낌(^^?)
좀 자기중심적이긴 하지...(-_-;;)
아니 많이.
그리고 화장실을 간 S씨가 약간 갈 之 자로 걸으며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더군요. 술이 약간 취한 듯 보였어요. 자리에 앉더니 다시금 전화를...
다까라~ 좃또 맛테. 기다려 기다려 !%^&^( 와카루?
알겠어? 와카루?
상대방이 전혀 못 알아듣고 있는지 왜 못 알아듣느냐며 갑자기 핸드폰을 저에게 쥐여주더니 "통역해" 이러는 거예요. 헉, 뭐야 이건! 생판 모르는 사람하고... 으윽
안녕하세요. 저는 S씨의 친구 cielo라고 해요.
갑자기 통역을 하라고 해서 제가 대신 전해 드리겠습니다.
... 우선 모르는 사람이어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니 S씨 짜증 난다는 듯한 눈빛으로
야, 인사는 무슨 인사야. 빨리 통역이나 해.
그 사이에 미호 씨는 S씨에게 얘기 많이 들었다며, S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으니 통역 부탁한다고. 밤늦게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S씨 자신이 얘기할 내용을 생각하며 화가 치밀었는지 씩씩거리며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간략하게 요약하면, S씨는 삼순에게 미호라는 사람을 소개해줬는데, 삼순은 자신을 빼고 미호라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서 미호와 자신의 사이를 이간질시키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그리고 자신을 못된 사람으로 만들어 여기저기 퍼트리고 다닌다. 난 너무 화가 나서 삼순이를 용서할 수 없다. 미호도 삼순이의 말에 흔들리지 마라. 저번에도 거짓말하는 거 보지 않았느냐....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あ、どうでもいい)
... 이렇다고 합니다.
미호
자신은 삼순의 말을 믿지 않으니 S에게 안심하라고 전해주세요.
S씨에게 전해주니 또 주저리 너저리 복받쳐 오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면서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앞서 말한 내용을 반복 또 반복하는 수준.
...라고 합니다. S씨가 지금 상당히 흥분한 상태예요.
S가 상처를 많이 받았나 봐요.
아까 목소리 들으니까 술 많이 마신 거 같은데 내일 이쪽에서 전화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cielo님 너무 미안해요. 이쪽저쪽 다 상대하느라 힘들죠?
아니에요. 저는 잘 모르는 내용이지만 잘 해결하시길...
그럼 S씨 다시 바꿔 드릴까요?
아니요. 술도 많이 취했는데 아까 말한 대로 전해주세요.
그리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S씨에게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화를 내며 왜 니마음대로 끊냐고 기리기리 날뛰는 게 아니겠습니까. 1시간 넘게 대신 통화를 해줬는데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지 어이가 없더군요.
그렇게 끊고 또 전화하고, 끊고 또 전화하는 상황이 몇 번 반복이 되고, 미호씨가 저를 바꿔달라고 했는지 핸드폰을 넘겨주더군요.
네, 말씀하세요
상당히 취해서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어서 말이에요.
시간도 늦었고 이제 잔다고 전해주세요.
저도 얘기는 해보겠지만, 통제불능 상태예요.
죄송합니다. 부탁드려요.
전화를 끊고 S씨에게 전하니 이제 12시도 안 넘었는데 왜 자냐고 저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습니까. 술 취한 사람에게 길게 말해봤자 손해 볼 거 같아서 상대방도 생각하라고 민폐라고 하니 그냥 가만히 있더군요. 저야 그렇다 치고 그녀에게 너무 미안하더군요. 자기 멋대로이긴 했지만, 이 정도 까진 아니었는데 무례하더군요.
마시자 마셔~ 마시고 죽자!
sereno도 마시는 거야! 알았지? 횽횽~
울고 불고 난리 치더니 뭐야 이 전환 방법은?! 그러더니 술이 가득 채워 그녀에게 건네줬는데 그녀가 소주를 못 마시겠다고 하니 S씨는 사이다를 한 병 시켜 사이다를 따른 컵 속에 소주잔을 쏙 빠뜨리더니 냅킨으로 주둥이를 막고 휘휘 돌려 쏘사를 만들어 주더군요( ̄O ̄;) 그리곤 젖은 냅킨을 벽에 있는 힘껏 내려쳤어요.
짝~ 소리가 나며 위에서부터 벾을 훑고 내려오는 젖는 냅킨. 그녀와 저는 물론이고 2층에 있던 사람들 모두들 화들짝...ㆀ 어둠 속에 짠~하고 우리 테이블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S씨도 많이 취했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반 병정도 남은 술을 마시면 돌아가겠다고 하니 S씨는 가면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또 마음대로 소주 3병과 안주를 주문하더니 이거 다 마시면 가자고 하는 거에요. 그리고 병나발 불듯 술을 들이켜고는 유유히 화장실로 사라졌어요.
S씨 무서워요.
미안해. 상황 봐서 빠져나가자.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S씨는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돼서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하니 마침 나오더군요. 동공이 완전 열린듯한 초점 없는 눈, 비틀비틀 간신히 걸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자리에 앉아 하는 말.
이 XX아. 네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기가 차더군요. 그녀는 뜻은 모르지만 화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눈이 동그래졌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저를 항해 욕을 퍼붓기 시작했어요.
이 미친X야. 네가 뭔데 지X이야!
뭐야? 지금 나한테 그러는 거야?
그럼 여기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XX아.
살면서 언니들한테도 장난으로라도 욕 한 번 안 듣고 살아왔는데, 부글부글 끓더군요. 그녀가 한국어를 모르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예요.
나한테 욕을 하는 이유가 뭔데?
그걸 꼭 말해야 알아? 욕을 할만하니까 하는 거지.
XX, 닥치고 듣기나 해.
혀꼬부러진 말투로 이유는 말하지도 않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만 주구장창하더군요(굳이 쓰고 싶지 않아 생략) 마음 같아선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전 그녀가 있어서 냉정하게 얘기했어요.
난 S씨에게 욕먹을 만한 짓도 안 했고, 이유도 말 안 할 거면 갈게
무례함도 정도가 있어야지...
앉아! 앉으라고! 죽기 전에 앉아.
ㅆㅂ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여? 죽여버려!
얼마나 발광을 하던지 주위 사람이 또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두리번두리번 어찌할 줄 몰라하더군요.
sereno 보내. 너랑 둘이 할 얘기가 있어.
어제 처음 한국에 온 애를 길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내.
제정신이야?
왜 몰라. 다 갈 줄 알아! 빨리 보내! 보내라고!
제가 여기 왜 있는 거 야!!! 응? 보내! 아~ XX~
몇 개월밖에 안된 쟤가 중요해? 내가 중요해?
왜 그러세요. 화내지 마세요.
영문도 모른 채 어떻게든 해보려는 그녀에게...
ㅆㅂ 뭐라는 거야? 야 쟤 한국말 못 해? 누가 일본어로 말하래!
한국말로 하라고 해. 삐~XX XXX~!
S하고 말 섞지 마. 그냥 있어.
sereno 좃또 맛테~ (^-^) 얘기하는 거야 얘~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나도 갈 테니까 나중에 정신 차리면 얘기해.
그리고 누굴 혼자 보내라는 거야!
가기만 해.. ㅈㄴ 짜증 나네. 가면 절교야!!!
이렇게 2층을 초토화시키고 사람들은 우리 테이블만 주시하며 S씨를 가리켜 '거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하더군요. 몇 시간을 영문도 모르 채 욕만 직 싸게 얻어먹고 간다고 하면 잡고 늘어지고, 앉으면 욕하고 욕하지 말라고 하면 알았다고 하고 또 욕하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사람 미치게 하더군요. 참다 참다 너무 짜증이 나서 눈물이 막 나왔어요.
얜 또 왜 울고 ㅈㄹ이야.
누가 보면 내가 그런 줄 알겠다! 빨리 안 그쳐?
어이상실... 이제 상대할 기력도 없어요. 어쩌라고! 대체 어쩌라고!!!

왜 울어요. 울지 말아요.
아,, 몰라. 저 사람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ㅠ_ㅠ)
이유 없이 욕하고 너는 보내라고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고...
네가 왔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서 정말 미안해.
뭐라고요? 저 혼자 가라고 했다고요?
당신을 놔두고 나 혼자?
그녀가 순간 열 받았는지 S씨에게 한마디 쏘아붙일 태세. 제 손을 붙잡고 일어나 가자고 잡아끌더군요.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몸도 못 가누는 저 사람을 버리고 차마 갈 수가 없었어요.
이 사람 정말 뭐야? cielo를 놔두고 절대 못 가!
cielo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둘이 또 뭐라고 일본어로 씨부리는 거야!
아 돌아버리겠네!!!
그녀는 엄청 화를 내고, 저는 고개를 숙이고 울고, S씨는 혼자 지껄이고... 환상의 삼박자를 이뤄냈죠. 결국 시킨 술 꾸역꾸역 다 마시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3차를 가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문이 막힐 지경.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무서워서 오한이 나더군요.
한잔 더 해~ 나 안 취했어 멀쩡하다고! 비틀~
오케오케? 방긋~
그럼 집에서 마셔. 그럼 됐지?
S씨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해놔서 어차피 가야 하는 상황. 집에서 마시자고 도망갈 구실을 만들어 놓고 대리운전을 불러 바람처럼 사라질 계획이었습니다.
오돌뼈집에서 그녀와 저는 먼저 나와 있는데 뒤늦게 S씨가 몸도 잘 못 가누면서 커피 3잔을 뽑아 추운데 마시라며 건네주더군요. 뭐야 이 시츄에이션은! 이 사람 뭐랄까요. 철면피라고 해야 되나 독종이라고 해야 되나, 상대하면 할 수록 피곤한 사람.
그녀와 전 별로 내키지 않아 커피를 건네받고 들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앗! 뜨거워!! 란 괴성과 함께 입속에서 커피를 주룩주룩 쏟아내는 S씨. 술에 취해 그 팔팔 끓는 뜨거운 커피를 원샷 했으니 뜨거울 만도 하죠. 그녀와 전 얼굴을 마주 보고 무언의 눈빛만 교환하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냐하하하핫!

봤어? 봤어?캬르르륵~ (결국 상냥한 그녀가 손수건으로 다 닦아줬어요)
그렇게 당하고도 웃음이 나오다니... 실소도 섞여 있었겠죠(-_-;;)
그리고...
기록 : 이 글은 2009년 3월 17일 3시 26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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